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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강남역 살인 동기 ‘여혐 아니다’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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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강남역 살인 동기 ‘여혐 아니다’ 결론

입력
2016.07.10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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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4일 오전 ‘강남역 20대 여성 살인 사건’ 피의자 김모씨가 지하철역 인근 노래방 화장실에서 현장검증을 하고 밖으로 나서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지난 5월 24일 오전 ‘강남역 20대 여성 살인 사건’ 피의자 김모씨가 지하철역 인근 노래방 화장실에서 현장검증을 하고 밖으로 나서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범행 이틀 전 여성이 꽁초 던져

감정 격분해 불특정 여성 노려

“정신질환에 기인” 경찰과 동일

대검, 약자 대상 범죄 처벌 강화

‘강남역 20대 여성 살인사건’ 피의자 김모(34)씨가 이틀 전 한 여성이 자신에게 담배꽁초를 던진 데에 폭발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정신질환을 가진 김씨가 여성에 대한 피해망상으로 인해 불특정 여성을 대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면서 여성혐오 범죄는 아니라는 결론을 내려 논란이 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 김후균)는 김모(34)씨를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10일 밝혔다. 김씨는 5월 17일 오전 1시쯤 강남역 10번 출구 인근 주점의 남녀 공용화장실에서 7명의 남성을 그냥 보내고 처음 들어온 여성인 피해자 A(23ㆍ여)씨를 십여 차례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기소와 함께 재범 방지를 위한 치료감호 및 전자발찌 부착 명령도 청구했다.

김씨는 2003년 신학원에 입학한 뒤 ‘여자들이 내 얘기를 하고 흉보는 것 같다’는 등 신경과민 증세를 보여 병원 진료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2009년 이후 환청과 피해망상이 동반된 조현병(정신분열증) 증상이 악화해 6차례 입원치료를 받았다. 그는 검찰에 “여성들이 앞길을 가로막아 지각했다”거나 빌라 2층에 거주하면서도 3층이 아닌 4층에서 여성 발소리가 들려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김씨는 지난 1월 정신병원을 퇴원하면서 약물복용을 중단하고, 3월에 가출한 뒤로는 공용화장실 및 빌딩 계단 등에서 숙식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범행 이틀 전인 5월 15일에는 일하던 음식점 근처 공터에서 한 여성이 던진 담배꽁초가 신발에 맞는 일이 있었다. 검찰은 이를 계기로 감정이 폭발해 살인의 직접적 동기가 됐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최근 한달 동안 김씨를 국립법무병원(옛 공주치료감호소)에 유치하고 정신감정 등을 의뢰한 끝에 “정신질환에 기인하여 불특정 여성을 상대로 저지른 범행”이라며 경찰 수사와 같은 결론을 내렸다. 불특정 여성에 대한 공격성이 드러났지만 여성 비하나 차별 등 그릇된 신념ㆍ가치관에 기반한 ‘여혐’ 범죄라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찰이나 검찰이 법률적 기준이 미비한 증오 범죄를 자의적으로 규정하면서 사회적 문제로 인식되는 ‘여성 혐오’의 심각성을 축소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김수아 서울대 기초교육원 교수는 “여성혐오는 가부장제 사회에서 우리에게 깊이 내재돼 있다”며 “명시적 신념보다는 무의식에 가깝게 실천되는 여성에 대한 비하ㆍ편견 등으로 보는 사회과학적 정의를 (수사기관이)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은 “피해망상이든 조현병이든 여성만 골라서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은 여성을 더 쉬운 범죄대상으로 내재화한 것”이라며 “(강남역 살인 사건은) 여성혐오가 만연해 있다는 지표로 봐야 하는데도 검찰이 전혀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검찰청은 음주 상태에서 특별한 동기 없이 고령자, 아동, 여성,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폭행해 상처(전치 4주 이상)를 입힌 경우 초범이거나 피해자와 합의가 됐더라도 구속 수사하는 등 여성ㆍ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강력범죄 처벌 강화 방안을 내놨다. 살인범죄를 저질러 치료감호를 선고 받을 경우 살인의 재범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될 때는 적극적으로 치료감호 기간 연장을 청구해 최장 21년까지 수용할 방침이다.

조원일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양진하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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