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70년대 캄보디아 내전의 참상을 국제사회에 널리 알린 미국 언론인 시드니 섄버그가 9일(현지시간) 심장마비로 뉴욕 포킵시에서 별세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향년 82세.
NYT의 캄보디아 특파원으로 활동한 섄버그는 롤랑 조페 감독의 영화 ‘킬링필드’의 모델이 된 실존 인물로 크메르루주에 의한 학살을 고발하는 기사를 써 1975년 퓰리처상을 받았다.
섄버그는 ‘킬링필드’에서 주연 배우 샘 워터스톤이 연기한 인물로 영화 속 스토리와 다름없는 파란만장한 삶을 보냈다. 1975년 폴 포트가 이끄는 크메르루주 군에 의해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이 무너지는 과정을 타전하느라 함락 후에도 귀국하지 않았던 그는 현지 통역 직원인 디트 프란과 치열한 취재활동을 계속했다. 섄버그는 캄보디아가 ‘킬링필드’로 변해가는 역사적인 순간들을 국제사회에 전하고 군에 붙잡힌 후 태국으로 강제 추방됐고 간신히 귀국에 성공했다. 홀로 프놈펜에 남겨진 섄버그의 단짝 프란은 프놈펜에서 폴 포트 군에 체포돼 갖은 고문과 강제노동에 시달렸고 1978년 베트남이 캄보디아를 침공한 틈을 타 태국을 거쳐 미국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극적으로 재회한 둘은 프란이 2008년 암으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NYT에서 함께 일하며 깊은 인연을 이어갔다. 영화 ‘킬링필드’는 섄버그가 프란과 겪은 캄보디아의 참상을 그린 책 ‘디트 프란의 죽음과 삶’을 토대로 1984년 조페 감독에 의해 영화화됐다.
섄버그와 프란의 우정은 영화보다 깊은 울림으로 남아있다. 실제 섄버그는 프란이 살아 돌아오기까지 상을 받을 때마다 모든 공을 프란에게 돌렸고, 샌프란시스코에 살던 프란의 아내와 자녀를 돕는 데 헌신적이었다. 섄버그는 프란이 미국으로 생환한 후 가족 모두 뉴욕으로 이주할 수 있도록 도왔고 프란이 NYT에서 사진기자로 일할 수 있도록 주선했다. 섄버그는 프란이 세상을 떠나자 “프란이 나의 파트너여서 행운이었고, 서로 형제로 부를 수 있어 또한 행운이었다”라며 “불필요한 전쟁으로 캄보디아인들이 겪는 고통을 세상에 알리는 것이 그의 임무였고, 또한 나의 임무였다”고 말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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