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재건축 아파트 고분양가에 대한 잇단 경고를 보낸 데 이어 이달부터 분양승인 지연, 고가 아파트 중도금 대출 보증 제외 등 직·간접적인 규제에 들어가면서 강남권의 대표 재건축 단지들을 중심으로 관망세가 짙어지고 있다. 매수자들이 일제히 눈치 보기에 돌입하면서 시세보다 수천만원이 싼 매물이 나와도 팔리지 않고 있다.
10일 현지 중개업소에 따르면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는 이달 들어 매매가 한 건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4월 기준 30건, 5월 23건, 지난달까지 19건 정도가 팔렸는데 이달 들어선 거래가 아예 없다는 것이다. 이 아파트 119㎡의 경우 지난달 최고 15억5,000만원까지 거래됐고 매물도 15억3,000만∼15억5,000만원짜리가 주를 이뤘는데 현재는 이보다 최고 5,000만원 낮은 14억9,000만원의 급매물이 등장했지만 매수자가 나서지 않고 있다. 이 아파트 112㎡도 지난달에 14억원까지 팔렸는데 현재 2천만∼3,000만원 낮춘 13억7,000만∼13억8,000만원짜리 매물이 나와도 매수자들이 움직이질 않는다. 서울 잠실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이달 들어 매수문의도 거의 없고 5, 6월과 분위기가 딴 판"이라며 “그간 가격이 많이 올라 부담스럽던 차에 정부가 재건축 시장에 규제를 가하나 싶어 일단은 다들 지켜보자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또 다른 중개업소 사장은 “정부가 이달 1일부터 1인당 신규 중도금 대출 건수와 금액을 제한하고 특히 분양가 9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해선 중도금 대출 보증을 안 해준다고 하니까 고가의 일반분양분을 보유한 강남권 재건축 단지의 투자자들이 향후 분양가 책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혹시라도 현재 재건축 시세에도 영향을 미칠까봐 우려하며 투자를 망설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까지 재건축 가격 상승의 근원지였던 강남구 개포주공 1단지도 이달 들어 매수문의가 실종됐다. 지난달 말 시세가 고점 대비 1,000만∼2,000만원 하락한 상태에서 거래도 급감한 상태다. 이 아파트 36㎡는 지난달까지 호가가 8억7.000만원이었으나 현재 8억5,000만원으로 내렸고 49㎡는 11억2,000만원에서 11억1,000만원으로 1,000만원 떨어졌다.
현지의 중개업소 대표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강남구 개포주공 3단지의 분양가가 비싸다며 분양승인을 내주지 않고 있는 모습을 보며 일부 주민들이 ‘사실상 정부의 가격 통제가 아니냐’며 불안해하고 있다”며 “아직 매도자들이 급매물을 쏟아내진 않고 있지만 거래가 다시 살아나지 못하면 추가 하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압구정 현대아파트 단지처럼 이르면 다음달 재건축 기본계획 수립 등 '재료'가 있는 단지를 제외하고는 강동구 둔춘 주공,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등 다른 곳도 대체로 거래, 가격 모두 소강상태를 보이는 곳이 많았다. 강동구 둔촌 주공 단지도 매수자들의 발길이 크게 줄어들면서 호가도 지난달보다 1,000만∼2,000만원 빠졌다.
둔촌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이달 들어 2건이 거래됐는데 모두 시세보다 1천만∼1천500만원 낮은 선에 팔렸고 이미 본인이 살던 주택을 판 뒤 입주가 목적인 실수요자들이었다”며 “투자용으로 사두려는 다수의 수요자는 좀 더 추이를 지켜보자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여름 휴가철 비수기가 겹쳐 당분간 재건축 시장의 안정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부동산114 함영진 리서치센터장은 “압구정 재건축 기본계획의 결과와 파장을 두고 봐야겠지만 일단 그간 가격 상승폭이 컸던 재건축들이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저금리 기조 속에 정부의 강도 높은 규제가 없는 한 재건축 투자수요는 여전하기 때문에 가격이 단기에 급락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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