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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금귀월래’ 전도사 박지원 위원장이 금귀월래를 중단한 까닭은

입력
2016.07.09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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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오른쪽에서 두번째)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9일 오전 국회 본청에서 열린 긴급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지원(오른쪽에서 두번째)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9일 오전 국회 본청에서 열린 긴급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금귀월래(金歸月來, 금요일에 지역구에 가서 월요일 아침에 서울 여의도에 돌아온다) 전도사’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 금귀월래를 잠시 중단했습니다. 박 위원장은 지역구인 전남 목포를 가는 대신 토요일인 9일 오전 긴급 회의를 소집했습니다. 제 아무리 바쁜 여의도 국회라 해도 토요일 회의는 거의 없는 날입니다. 평일에는 여의도서 바쁘게 보내는 의원들도 주말 특히 토요일은 각종 지역구 행사를 챙기느라 여의도를 찾는 일이 드뭅니다. 그 만큼 이날 국민의당 회의는 ‘비상 회의’나 다름 없었습니다.

이날 회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이중플레이’를 비판하기 위해 마련했다고 합니다. 박 위원장을 비롯해 김성식, 신용현, 이준서 비대위원과 장정숙 안행위원, 오세정 의원, 당직자들이 참여한 긴급회의의에서 참석자들은 “지금의 선관위는 야당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권력에겐 한없이 관대한 이중적 잣대를 대고 있다”며 선관위를 성토했습니다.

국민의당은 언론을 상대로 무엇이 문제인지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참석자들은 “선관위는 우리 당의 고발 건에 대해서는 6월 9일 오전 9시에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또한 검찰은 선관위 고발 전부터 내사를 했고, 서부지검에 미리 사건을 배당하여 선관위 고발 하루 만에 신속하게 압수수색을 진행했다”면서 “그러나 사안이 유사한 새누리당 고발 건은 이미 선관위에서 조사를 하고 있다는 사실과 7월 8일 당일 오후 3시경 보도자료가 배포된다는 내용을 우리당은 입수했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선관위에서는 언론 마감시간 이후인 주말 저녁 6시 30분에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것 또한 신종 보도 지침”이라고 비난했습니다.

국민의당은 이어 “더욱이 (선관위는) 고발 내용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것이 우리가 지적하는 선관위의 편파적 행태”라면서 “검찰도 아직까지 어느 부서에 배당했다고 밝히지 않고 있다”며 검찰도 싸잡아 비판했는데요.

국민의당은 전날 중앙선관위가 4ㆍ13 총선 당시 새누리당 선거홍보 업무를 총괄했던 조동원 당시 홍보본부장 등 3명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것을 두고 국민의당과 형평성 문제 등을 들어 강력 반발한 것입니다. 선관위에 따르면 조 전 본부장과 실무자였던 당 사무처 소속 강모 국장은 동영상 제작업체 ‘미디어그림’ 대표에게 선거 운동에 쓰일 TV 방송 광고 동영상 등을 제작 의뢰하면서 인터넷 광고와 홈페이지 게시용 선거운동 동영상 등을 무상으로 요구하고 제공받은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박 위원장은 전날 밤 SNS을 통해 폭발했습니다. 그는 “중앙선관위 너무 한다”로 시작하는 글을 통해 “국민의당이 잘 했다는 게 아니다. 어떻게 새누리당 사건은 아무 소리 없다가 언론 마감 시간 넘겨 보도자료를 아리송 하게 내느냐.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 있느냐”고 꼬집었습니다. 이어 “중앙선관위와 검찰, 똑똑히 하세요. 안행위원(안전행정위원회) 회의를 소집해 싸우겠다”라고 덧붙였는데요.

마침 이날 검찰은 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의혹 사건과 관련, 국민의당 소속 박선숙, 김수민 의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박 위원장은 “검찰 수사 똑바로 하세요. 제가 독기를 품었다”며 “검찰수사 바르게 하길 두 눈 부릅뜨고 보겠다”고 경고했습니다. 좀처럼 흥분하지 않고 여의도의 둘도 없는 고수로 불리는 박 위원장이기에 이 정도 세기의 글은 흔치 않은 일로 받아들여집니다.

박 위원장은 “야당 의원님들 뭉칩시다”라며 “우리가 당한 게 너무 분해서 쏘폭(소주 폭탄주) 소신껏 마셨다”고 덧붙였습니다. 자신이 단단히 화가 났음을 대외적으로 알린 셈인데요, 이 역시 그냥 툭 던진 말이 결코 아니겠죠.

일단 중앙선관위, 검찰, 그리고 또 다른 당사자인 새누리당 사이에 뭔가 꺼림칙한 일이 벌어진 것 아니냐는 ‘연기’를 피운 것으로 읽힙니다.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이날 검찰이 6월 임시국회가 끝나자마자 국민의당 두 의원에 대한 구속 영장을 청구한 것 역시 정치적 의도가 담긴 것이냐는 해석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회기 중에는 본회의를 통해 구속 영장을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검찰이 이 절차를 건너뛰기 위해서 일부러 택일을 했다는 것이죠. 당연히 국민의당 입장에서는 달가울 리 없는 일이구요.

아직 더불어민주당이나 정의당이 과연 얼마나 호응을 해 줄지는 알 수 없지만 다른 야당이 선뜻 나서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상황이 이런데도 안 나선다 말이냐’는 식으로 미끼를 던져 놓은 측면도 있습니다.

또 하나. 11일 박선숙, 김수민 두 의원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가 열리는데요. 앞서 왕주현 사무부총장에 이어 현역 의원인 두 사람 중 한 명이라도 구속될 경우 국민의당에게는 큰 타격입니다. 실질심사를 앞두고 국민의당으로서는 당 내부를 추스를 필요가 있고, 박 위원장은 비상 상황임을 알릴 셈이죠.

국민의당은 10일 오후 2시 이용주 법률위원장 등 율사 출신 의원 및 안행위 위원들과 긴급대책회의를 열 예정입니다. 또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회의 소집을 요구할 것이라고 합니다. 박 위원장이 금귀월래 중단이라는 강수를 둔 효과를 얻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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