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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미세먼지 시험대’에 선 안희정 충남지사에게 미세먼지란

입력
2016.07.09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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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충남지사가 6일 도청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석탄화력발전소 미세먼지 획기적인 저감을 위한 5대 방안을 제안했다. 충남도 제공
안희정 충남지사가 6일 도청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석탄화력발전소 미세먼지 획기적인 저감을 위한 5대 방안을 제안했다. 충남도 제공

안희정 충남지사는 요즘 미세먼지에 푹 빠져 있다고 합니다. 기회만 되면 미세먼지 얘기입니다. 7일도 그랬습니다. 안 지사는 이날 오후 집무실이 있는 내포신도시를 떠난 충남 당진시청으로 향했습니다. ‘친정’ 더불어민주당의 산업자원통상위원회 의원들을 만나기 위해서였는데요.

이날 홍익표 산자위 간사와 어기구ㆍ우원식ㆍ김병관ㆍ박재호ㆍ송기헌ㆍ유동수ㆍ이훈 의원(이상 가나다순) 등 산자위 위원 8명은 당진화력발전소와 신당진변전소 등을 찾아 운영 상황을 점검하고 미세먼지 등 좋지 않은 대기 때문에 고통 받고 있는 주민들과 시민환경단체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눴습니다.

안 지사는 현장 활동을 위해 당진을 찾은 더민주 의원들에게 20분 가까이 화력발전 관련 현안에 대해 특유의 진지한 자세로 열변을 토했다고 합니다. 안 지사는 의원들에게 바로 전날인 6일에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한 ‘안희정 표 미세먼지 종합 대책’을 설명했습니다.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나오는 미세먼지를 절반 이상으로 줄이자는 목표를 위해 ▲전국 모든 화력발전소 오염 저감장치를 인천 영흥화력발전소 수준으로 개선 ▲노후 석탄화력 폐기 수명 30년으로 단축 ▲석탄화력 증설 중단 ▲공정한 전력요금체계 도입 ▲국회-지방자치단체-중앙정부가 함께 하는 협의체 구성 등 ‘5대 제안’을 꼭 실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전국 모든 석탄화력발전소 지역을 ‘대기보전특별대책지역’ 이나 ‘대기환경규제지역’으로 지정하고, 저감 시설을 의무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며 국회 입법화 필요성을 강조하면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충남도 관계자는 “전날 정부가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내놓은 석탄화력발전소 대책은 지역 별로 저감 장치 설치 기준을 차등화 하기로 한데다 저감 장치 설치도 전력 사업자 자율에 맡기도록 했다는 점에서 기대 이하라는 점을 강조했다”며 “결국 정부에 기대할 것은 줄었고 국회에서 입법화를 통해 해결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에 더민주 의원들의 협조를 부탁하기 위해 당진에 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의원들은 정부가 전날 발표한 노후석탄발전소 단계적 폐쇄 계획과 배출가스 절감 대책에 대해 9월 정기국회 전까지 구체적 계획을 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안 지사에 힘을 힘껏 실어줬습니다.

안 지사는 하루 전날인 6일 기자회견을 열었고, 앞서 지난달 22일 취임 6주년 기자간담회에서도 석탄화력발전소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뤘습니다. 안희정 표 대책은 ‘가동 중인 발전소는 오염 저감 시설을 강화하고, 새로 짓는 것은 중단해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됩니다.

안 지사는 올해 초 미세먼지의 심각성이 알려지고 그 주요 원인이 석탄화력발전소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마자 미세먼지 문제를 붙들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사실상 미세먼지와 전쟁이나 다름 없었다”는 도 관계자의 말처럼 안 지사는 물론 도 관계자 전체가 미세먼지 경계령을 내리고 화력발전소와 미세먼지의 관계, 대책 마련 등에 열중했다고 합니다. 도 관계자는 “(안 지사는) 막연히 화력발전소 때문에 미세먼지가 많이 나온다는 두루뭉수리한 것은 절대 안 된다고 했다”며 “전국의 전문가들과 정확한 분석을 했고 대책 마련도 구체적 수치를 근거로 제시하기 위해 애를 썼다”고 전했습니다. 심지어 정부 관련 부처의 대책 마련 과정보다도 더 복잡하고 치밀하게 진행했다고 합니다.

안 지사가 자나깨나 미세먼지 얘기를 하는 것은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꼽히는 석탄화력발전소 때문입니다. 그리고 충남은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화력발전소가 가장 많이 있는 곳입니다. 도 관계자는 “전국의 석탄화력 53기 중 절반이 넘는 26기가 충남에 있고 발전량도 연간 10만 843GWh로 전국의 발전량 중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며 “연간 11만 톤이 넘는 대기오염 물질이 충남에서 하늘로 내뿜어져 나오고 있고 최근 감사원은 충남의 화력발전소가 수도권 대기에 최대 28%나 영향을 준다는 발표까지 했다”고 전했는데요.

충남지사로서 당장 충남의 대기 환경을 신경써야 하고 이는 충남도민의 건강 상태를 챙겨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라고 할 수 있죠. 그리고 또 하나 미세먼지 문제는 전국적 이슈라는 것입니다. 충남의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내뿜는 미세먼지는 공기를 타고 수도권은 물론 전국 곳곳으로 퍼져 나갑니다. 사실 지금 충남도의 화력발전소들이 생겼거나 혹은 건설을 결정한 것은 안 지사의 임기 이전입니다. 그렇지만 안 지사는 결코 이 문제를 피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마치 문제아를 키우는 아버지의 심정으로 충남에 수 많은 화력발전소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죠.

정치권에서는 안희정 지사가 미세 먼지의 시험대에 올랐다는 말들도 나옵니다. 자신의 안방에서 벌어진 문제면서도 전국적 이슈를 어떻게 해결해 내느냐를 보여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기회이면서도 위기라 볼 수 있다는 것이죠. 당장은 다음이 기대되는 젊은 지자체 장으로서 문재 해결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고 아울러 내년 대선을 앞두고 야권의 유력 대선 후보 중 한 사람으로서 국가적 이슈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것 자체가 국민들에게 안희정의 또 다른 측면을 제시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아울러 환경 문제를 잘 아는 지도자로서의 이미지 구축도 할 수 있겠죠. 중요한 점은 안 지사가 이런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안 지사 혼자 힘으로는 결코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당장은 친정 더민주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이날도 안 지사가 더민주 의원들을 만나러 간 이유도 그것이죠. 그리고 이날 면담 이후 안 지사와 더민주 의원들은 이르면 이달 안에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미세먼지와 석탄화력발전소 관련 토론회를 함께 열기로 뜻을 모았습니다. 더민주 입장에서도 충남의 주요 현안인 석탄화력발전소 문제에 대해 중앙 정부보다 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 자체가 충청 민심을 얻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물론 이건 안 지사나 더민주가 바라는 그림입니다. 반대로 충남의 석탄화력발전소와 미세먼지 문제가 원활히 해결이 되지 않을 경우 안 지사와 더민주에 대한 충청 민심은 나빠질 수 있습니다. 물론 중앙정부를 향한 비판 여론도 마찬가지겠지만요.

앞으로 안희정 지사와 친정 더민주가 미세먼지 해결을 위해 어떤 협력을 이룰 지 주목됩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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