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은 콘크리트 장벽을 쌓고 울타리를 설치하는데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최근 건설된 서안 지구의 팔레스타인거주지 베이트잘라 지역에는 ‘스마트 장벽’이 세워졌다. 6~8m 높이의 울타리 위에는 철조망을 둘렀다. 인간이나 동물이 울타리 주변으로 접근하기만 해도 감시 카메라가 상황을 파악해 운영통제센터로 경고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어 이스라엘방위군(IDF)이 즉시 출동해 불법 월경자를 저지한다.
난민 문제로 위기에 빠진 유럽 국가들은 물론, 인신매매ㆍ테러의 위협에 처한 남미와 아시아 국가도 이스라엘의 기술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도 지난해 11월 “만일 장벽이 제 역할을 못할 것이라는 의심이 든다면 이스라엘에 물어보면 된다”며 이스라엘의 기술력을 추켜 세웠다. 트럼프는 “미국-멕시코 간 국경에 장벽을 세워 불법 이민자들을 차단하겠다”고 공약한 상태다.
초기 이스라엘 국경 울타리는 간단한 철망을 두른 조악한 수준이었다. 사막을 몰래 이동하는 자들의 발자국을 분석하기 위해 사막 유목민족인 베두인족이나 이슬람 시아파의 분파인 드루즈 족을 고용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다 1990년대 들어 이스라엘은 감시카메라와 레이더 등 한층 발전된 기술을 울타리에 도입하기 시작했다. 2002년 요르단 강 서안지구 장벽과 예루살렘에는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두꺼운 콘크리트 장벽을 설치했고, 최근에는 ‘지하 장벽’ ‘스마트 울타리’까지 개발했다.
장벽ㆍ울타리에 대한 이스라엘의 집착은 ‘국경 수비’라는 이스라엘의 건국 정신에서 비롯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건국 초기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및 아랍 국가들의 잦은 공격에 시달렸다. 팔레스타인은 그들의 땅을 ‘무단 점령’한 이스라엘을 상대로 끊임없이 전투를 벌였고 이스라엘 역시 국제 사회의 반대를 무릅쓰고 정착촌을 늘리며 영토를 넓혀갔다. 이런 역사적 배경 때문에 불법 월경자는 무조건 침입자로 규정해 적대시하는 정책이 나왔다는 설명이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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