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전역에 호우주의보가 내린 4일 인천국제공항 여객터미널 3층 출국장은 밤 10시가 넘었는데도 북적거렸다. 다음날 0시 35분 출발하는 싱가포르행 항공기를 타려는 여행객들로 한 체크인카운터엔 긴 줄이 늘어섰다. 24시간 문 여는 패스트푸드점과 커피전문점도 늦은 저녁을 먹거나 비행기 시간을 기다리는 여행객들로 가득했다.
오전 1시 20분 출발하는 항공편으로 카타르 도하를 거쳐 이탈리아로 간다는 이정민(39ㆍ여)씨는 “늦은 시간에 공항에 온 것은 처음인데 아무래도 낮보다는 덜 복잡해 좋다”고 말했다.
이날 심야시간대(오후 11시~오전 7시)에 출항하는 항공편은 싱가포르와 도하뿐 아니라 오전 4시 30분 출발하는 홍콩행 항공편 등 10편이 편성돼 있었다.
여객터미널 지하 1층 24시간 운영하는 사우나 입구엔 커다란 여행가방들로 가득했다. 일찍 공항을 찾은 사우나 이용객들이 세워놓은 가방들이다. 남녀를 합쳐 160명 넘게 들어갈 수 있지만 평일에도 오후 9시가 넘으면 빈 자리를 찾기 힘들다고 한다.
사우나 직원 김은세(25ㆍ여)씨는 “여름 휴가철, 대학교 방학 시즌이 가장 바쁘다”며 “저녁에 들어와서 새벽에 나가는 손님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심야시간 대 인천공항을 이용한 여객은 557만명. 같은 기간 인천공항 전체 여객 수가 4,928만명인 점을 감안하면 심야 이용객이 10분의 1을 넘는다. 개항 직후인 2002년 한 해 심야 이용객은 지금의 30% 수준이었다. 올해 들어서도 심야 운항과 여객 수(1~5월)가 작년 같은 기간보다 3% 넘게 성장했다.
인천공항공사는 전략적으로 심야시간 대 운항 확대를 꾀하고 있다. 주간시간 대 몰려있는 여객 수요를 분산해 공항시설 수용능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지난해에는 심야 정기편에 한해 착륙료를 감면해주는 등의 인센티브 제공하고 최근 들어서는 심야 상업시설 운영 등도 확대했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운항 제한시간이 없는 공항의 경우 심야 여객을 확대하는 것만으로도 시설 확장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며 “진정한 24시간 공항을 위해 노선 개발, 환승 연결성 개선 등을 추진 중이다”라고 말했다. 자정이 넘은 시간에 인천공항에 도착한 여행객들은 여객터미널 1층 심야버스 승차장으로 몰렸다.
심야이용객들을 위해 자정부터 오전 4시 40분까지 다니는 심야버스의 운행 횟수를 7월부터 기존 16편에서 24편으로 늘렸다.
이환직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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