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미국 MD 구축에 한국이 자발적 참여 간주…한중관계 리스크 커져
남중국해 판결 앞둔 시점도 미묘
G2 패권갈등 대북공조 균열…北 중국과 관계개선 빈틈 노릴 듯
러시아 가세 때는 한반도 정세 급랭…중국 불매운동 등 경제보복 가능성
한미 양국이 8일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를 공식 결정하면서 중국의 반발 등으로 동북아 정세가 격랑에 휩싸이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3년 미군이 사드 요격 실험을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한미 양국이 8일 전격 발표한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결정은 미중의 패권 다툼을 동아시아로 확대시키고, ‘한미일 대 북중러’의 신냉전 구도를 촉발시킬 방아쇠가 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강력 반발로 대북제재 공조가 붕괴되고 한중 관계도 급속히 악화할 수 있어, 우리 정부가 감당해야 할 리스크가 적지 않은 상황이다.

한미는 사드가 북한 미사일 방어용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중국은 자신을 견제하려는 미국 미사일방어체계(MD)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실제 중국 영토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레이더 탐지 능력과 중국의 핵전력을 무력화할 수 있는 방어망과의 연계성으로 인해 사드가 동북아 핵균형을 흔들 전략 무기라는 지적은 국내서도 줄곧 제기돼 왔다. 김흥규 아주대 교수는 “중국은 사드 도입을 한반도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 중심의 지역군사 협력에 한국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중요한 신호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미가 사드 배치 결정을 밀어붙인 시점도 중국을 자극할만한 대목이다.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대한 상설중재재판소(PCA) 판결이 12일로 다가오면서 미중 갈등이 군사적 긴장 고조로 확대되는 상황에서 나온 때문이다. PCA가 중국에 불리한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져, 이를 계기로 미국의 압박과 중국의 반발 등 미중의 패권 경쟁이 더욱 첨예해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분명한 사실은 미국이 최근 북핵 및 남중국해 문제에 대한 강도 높은 대응과 조치로 북한과 중국을 동시에 압박하면서 동북아 안보 지형의 전선을 선명하게 긋고 있는 점이다. 중국으로선 미국이 북핵 문제를 대중국 압박용으로 활용하고 있고, 사드 배치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고 볼 여지가 큰 셈이다. 미국이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까지 규제(세컨더리보이콧)하는 대북제재법을 적용한 잇단 대북 압박 조치도 실은 중국을 겨냥하고 있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이처럼 미중 갈등과 불신이 커지게 되면 대북 압박 공조 체제도 균열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중국이 동북아 패권 경쟁 차원에서 북한의 전략적 가치를 재확인하고 북중 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설 공산이 큰 때문이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미중 갈등이 심화하면서 중국에게 북한은 더욱 버릴 수 없는 카드가 되고 있다”며 “그 빈틈을 북한이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이 전날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인권유린 혐의로 제재 대상에 올리자, 중국이 공개적으로 이에 반대하며 북한을 감싸고 나선 것도 북중 대 한미간 구도가 형성되는 조짐으로 볼 수 있다. 동유럽 지역에서 미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러시아까지 가세하면 북중러 대 한미일로 대립 구도는 확대된다. 북한 역시 이번 사드 배치 결정을 중러 관계 개선의 기회로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중 관계의 직접적 악화도 불가피하게 됐다.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중국의 경제 보복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국 민간 차원에서 반미 감정이 들끓고 그 화살이 우리 쪽에 쏟아지면 한국산 불매 운동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김흥규 교수는 “한중관계 악화 등 여러 가지 악영향이 우려되는 데 정부가 이를 감당할 능력이 있는지 걱정된다”고 지적했고,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사드 배치가 한중 관계에 미치는 악영향을 ‘제한된 데미지’로 관리하는 외교적 역량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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