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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360˚] ‘표셜록’에게 지금 필요한 건? 김 빠진 맥주!

입력
2016.07.0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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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또 다시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표의원은 지난 5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학교전담경찰관(스쿨폴리스)과 여고생 간의 부적절한 관계 파문에 “여학교에 잘 생긴 경찰을 배치할 때부터 예견됐던 일”이라고 발언했다. 금세 여기저기서 술렁이기 시작했다. 설익은 정책을 꼬집는다는 전체 맥락을 떠나 이런 문구가 포함된 것만으로도 비난이 일었다. 사건의 원인이 외모 때문이란 인식을 줘 본질을 흐리게 만드는 한편, 해당 학생의 명예를 실추시킬 수도 있다는 의견이 터져나왔다.

논란이 커지자 표의원은 다음날 라디오방송에서 “표현 자체에 오해를 불러 일으키게 한 점이 있었다. 논란에 대해 사과 드린다”며 “경찰이 학교전담경찰관을 선발하면서 인기도와 호감도를 기준으로 뽑다보니 결국 외모로 선발하는 현상이 벌어지는 등 위험한 상황들이 연출되는 제도적 문제가 있다는 것을 지적했다” 고 해명했다. 트위터와 페이스

북에는 “앞으로도 거침없이 할 말 합니다. 실수 있다면 반성하고, 잘못 있으면 책임지고”라고 적었다.

자연인 표창원의 발언은 언제나 거침없다. 모호하지 않다. 에두르지 않는다. 이런 모습을 다양한 미디어에 노출하자 팬들이 늘었다. 기대에 부응하기 위함일까. 정치판에 발을 들인 이후에도 그는 여전히 거침없다.

하지만 정치인 표창원을 보는 시선은 이전과 다르다. 팬과 지지자만 그를 바라보지 않는다. 그를 향한 감시, 견제가 강화되자 한마디 한마디가 비판의 도마에 오르는 일이 잦아졌다. 설화(舌禍)가 되기도 했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번 설화는 금배지를 달기 전부터 예견됐던 일이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당당하다. 자신감이 넘친다. 이런 단단한 모습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표창원 의원의 SNS와 블로그 머리를 차지하고 있는 이미지. 셔츠 소매를 걷어 올린 채 팔짱을 끼고 있는 그의 모습 옆에 ‘오직, 정의!’를 걸었다. 표창원 의원 페이스북
표창원 의원의 SNS와 블로그 머리를 차지하고 있는 이미지. 셔츠 소매를 걷어 올린 채 팔짱을 끼고 있는 그의 모습 옆에 ‘오직, 정의!’를 걸었다. 표창원 의원 페이스북

표창원에게 정의란 무엇인가

그의 영웅은 ‘셜록 홈스’다. 어린 시절 셜록 홈스 같은 용기와 정의감을 지켜가겠다고 다짐했다. 비겁하지 말자고 마음 먹었다. 덕분에 ‘표셜록’이라는 별명도 갖게 됐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옳지 않다’고 느끼는 상황을 참지 못했다”고 기억한다. 정의 구현을 달성하기 위한 방법으로 선택한 건 경찰이었다. 경찰대학에 진학했고 경찰이 됐다. 하지만 기동대 소대장과 일선 경찰서 형사를 거치면서 법 집행과 정의 구현 사이에 괴리감을 느꼈다. ‘화성연쇄살인사건’, ‘후기대 입시 시험지 도난사건’ 등 대형 사건을 해결하지 못하는 경찰의 무능력도 절감했다.

새로운 선택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실력이 있어야 정의를 구현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영국 유학길에 올랐다. 영국 엑시터 대학에서 범죄학 박사학위를 따고 돌아온 뒤 수사에 참여하면서 자연스레 프로파일러가 됐다.

이후 실무 경험과 학문적 지식을 바탕으로 대학 강단에 섰다. 2001년 모교인 경찰대학에 교수로 부임했다. 이후 주요 신문의 사건기사에 자주 등장하며 범죄심리학 분야 국내 최고권위자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신문 칼럼을 통해 ‘범죄와 정의’에 대해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방송과 라디오 프로그램 출연도 마다하지 않았다. 하지만 여기까진 어디까지나 전문가이자 경찰대 교수로서 표창원이었다.

제18대 대선을 목전에 둔 지난 2012년 12월 1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 오피스텔에서 민주당과 선관위, 경찰 관계자 등이 오피스텔 거주자에게 문을 열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제18대 대선을 목전에 둔 지난 2012년 12월 1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 오피스텔에서 민주당과 선관위, 경찰 관계자 등이 오피스텔 거주자에게 문을 열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사건’이 몰고 온 변화

2012년 12월 제18대 대선을 앞두고 터진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사건’은 그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선거를 코 앞에 둔 시점에서 “국가정보원 소속 요원이 야당 후보에 불리한 댓글 작업을 하고 있다”며 야당 의원들이 오피스텔에 몰려가 정보기관의 불법 선거운동을 지적했다. 전무후무한 사태에 언론은 갈피를 잡지 못했고 정치권에선 아전인수격 해석이 난무했다.
이 상황에서 가장 주목을 끈 이가 당시 경찰대 교수였던 표창원이다
황을 방치한 경찰의 무기력한 대응을 질타하며 “‘즉시 강제권’을 발동해 문을 부수고 들어갔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가의 녹을 먹는 이가 거침없이 국가 기관을 비판한 것이다. 더구나 그는 경찰 법 집행 논란이 있을 때마다 경찰과 정부를 대변했던 인물이다. 경찰을 양성하는 기관의 지도자이기도 했다. 그의 의견은 상황 파악도 못하고 헤매는 이들에게 가뭄의 단비와도 같았다.

사건에 적극 관여하면서 그는 교수직을 내던졌다. “경찰대의 정치적 중립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어떤 이는 “정의를 몸소 구현하기 위해 교수도 그만뒀다”며 ‘이 시대의 진정한 보수’란 찬사를 보냈다. 또 어떤 이는 “다른 계산이 있을 것”이라며 ‘보수를 가장한 선동꾼’이라는 비난의 화살을 쏘기도 했다.

경찰대 교수직을 내던진 2012년 12월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그는 "정치를 하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상황이 오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경찰대 교수직을 내던진 2012년 12월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그는 "정치를 하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상황이 오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세간의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였을까. 그는 "국민 한 사람의 상식적 분노임을 확인하기 위해 다음 대통령 선거까지 어떤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고 어떤 당에도 입당하지 않겠다”며 “오직 정의구현에만 매진한다" 고 선언하기도 했다.

대선 이듬해엔 ‘한국사회에서 정의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전국을 돌며 강연했다. 각종 시사프로그램을 진행하거나 패널로 활약하며 대중과의 소통을 늘렸다. 블로그, SNS도 폭넓게 활용했다. 논리가 탄탄하면서 의사 표현방식이 날카롭고 직접적이라 인기도 차곡차곡 쌓여갔다.

지난 2015년 12월 27일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소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입당기자회견을 마친 뒤 문재인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지난 2015년 12월 27일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소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입당기자회견을 마친 뒤 문재인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정치인이 된 범죄심리학자

그러나 그는 지난해 12월 문재인 전 대표의 ‘인재영입 1호’로 새정치민주연합에 입당하며 정치인으로의 변신을 시작했다. 올해 2월 "그동안 정치와 거리를 두고 살아왔다. 정부와 거대여당의 일방적이고 정의롭지 못한 독주에 분노해 출마를 결심했다”며 본인의 연고지이자 경찰대가 입주해 있는 경기 용인 국회의원 출마를 선언했다. ‘정치인’이 됐음을 공식적으로 천명한 것이기도 했다. 온라인과 방송에서 쌓은 대중성과 소통능력, 경찰과 교수 경험이 바탕이 된 전문성은 선거에서도 충분히 통할 것이라는 계산이 있었다. 하지만 정치판은 달랐다.

선거를 한 달여 앞둔 지난 3월 인터넷 매체 ‘딴지일보’와 인터뷰에서 “포르노를 합법화하는 것을 단도직입적으로 찬성한다”며 “규제 체계가 충분히 마련되고, 특히 포르노물에 출연하는 분들의 인권, 동의, 문화가 동반되어야만 (합법화가) 가능해 논의 출발부터 해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그가 지난 2013년 한겨레신문에 ‘표창원의 죄와 벌’ 연재를 시작하며 소개한 그의 경험과 일맥상통한다.

고등학교 3학년 때 교사와 학생이 함께 참여하는 회의에서 “흡연실을 설치해 흡연을 양성화하고 대신 금연교육을 실시해 흡연자수를 줄여나가자”고 주장했다가 “네가 옳다고 느끼는 것이 ‘일반적, 보편적으로 옳은지’ 깊이 생각해 보는 습관을 갖기 바란다”는 담임선생님의 훈계를 들었다. 표의원은“내가 생각하는 정의가 보편적으로도 옳은지 숙고하고 공부하는 습관을 갖게 됐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포르노 관련 발언은 역풍을 맞았다. 새누리당과 시민단체로부터 사퇴 요구까지 받기에 이르렀다. “결코 포르노 합법화를 하자는 '주장'이 아니었다. 진지하고 심각하게 정치적인 고려를 한 것도 아니었으며 '표현의 자유'에 대한 설명이었다"며 "포르노 합법화라는 말 자체로 우려와 불안을 느끼셨을 부모님들과 종교인들께는 다시 한번 깊이 사과 드린다"고 사태 확산을 막았다.

선거운동기간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동성애는 인륜을 파괴하는 것”이라며 동성애 지지 의사를 표명했던 표의원을 공격하자 “성경에서 금지하는 동성애가 이 사회에 확산되는 것은 반대한다”며 "동성애를 지지하고 옹호하는 게 아니라 동성애라는 이유로 사회적으로 차별하는 것에 반대한 것"라고 말했다. 당선된 후에는 “성소수자에 대한 인권보호는 결코 거부할 수 없는 저의 가치”라며 바뀐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6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 참석해 동료의원들의 자유발언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6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 참석해 동료의원들의 자유발언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의원이 된 스타

4월 13일 표창원 의원은 득표율 52.2%를 얻으며 상대 후보를 여유 있게 제치고 당선됐다. 그는 당선 후 인터넷매체 데일리안과의 인터뷰에서 “대중들의 사랑과 동시에 미움을 받던 때 결여됐던 것은 ‘신중함’과 ‘책임성’”이라며 “정치인은 분명히 책임져야 할 영역이 있다”고 말했다. 또 “주어진 역할은 마음대로 말을 내뱉는 것이 아니라 대리자로서 내뱉는 것”이라며 “그냥 듣기만 좋게, 속 시원하게 내뱉는 역할만 하라고 (국회에) 보내준 건 아닐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여의도에서도 변함없다. ‘돌직구’ 발언을 이어가며 존재감을 알리고 있다. 그러나 설화와 해명의 악순환에 시달리는 건 셜록의 치밀한 계산에도 없었을 터다. 그를 지지하는 팬들도 당혹스럽긴 마찬가지다. “정치를 시작한 이상, 국민 여러분, 특히 힘 없고 약한 분들이 안전하고 행복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데만 집중하겠다”는 또 다른 선언을 실천하기 위해선, 그가 스스로 한 말처럼 ‘사이다’에서 ‘김 빠진 맥주’가 되는 선택도 필요한 시점이다.

김주영기자 wi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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