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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벽과 울타리로 전 국토 감싸는 이스라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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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벽과 울타리로 전 국토 감싸는 이스라엘

입력
2016.07.0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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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정한 중동에서 생존권을 보장받으려는 이스라엘이 ‘테러와 불법 난민으로부터 보호’를 위해 콘크리트 장벽과 가시철조망 울타리로 전 국토를 감싸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최근 보도했다. 주변국과의 우호 협력과 교류보다는 지나친 폐쇄와 단절을 선택함으로써 스스로 ‘고립주의’라는 늪에 점점 빠져들고 있다는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ㆍ서안지구는 물론, 이웃 국가인 레바논, 시리아, 요르단, 이집트와 국경에 콘크리트 장벽과 최첨단 감시 시스템을 갖춘 철조망 울타리를 단계적으로 설치하고 있다. 이스라엘 서쪽 지중해와 동쪽 사해, 극히 일부 내륙 지역을 제외하고 국경 전 지역에 장벽이 세워지는 셈이다. 거주민이 많은 도심 지역은 물론, 사막과 고원, 평원 등 주변 환경을 가리지 않고 건설 중이다. 특히 가자지구와 이집트 국경 등 일부 지역에는 땅속에도 콘크리트 장벽을 세우고 있다.

이스라엘은 “변덕스럽고 불안정한 중동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자국민을 위협하는 테러, 끊임없이 몰려드는 불법 난민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조치라는 것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 2월 요르단 국경 울타리 완공 기념행사에서 “국경 전 지역에 울타리와 장벽을 설치할 것”이라며 “울타리는 ‘야생 동물들(wild beasts)’로부터 우리를 지켜줄 것”이라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언급한 ‘야생 동물’은 이슬람국가(IS), 헤즈볼라 등 이스라엘에 적대적인 무장단체 그룹을 지칭한 것으로 해석된다.

비판론자들은 그러나 “장벽 건설은 팔레스타인과 주변 중동 국가 모두에게 등을 돌리는 일”이라고 지적한다. 좌파 성향의 칼럼니스트 기드온 레비는 “최첨단 울타리로 자기 몸을 감싸는 행위는 이스라엘의 심리 상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며 “이스라엘은 세계에서 가장 큰 새장 속 국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330㎞의 최장 장벽 동예루살렘ㆍ서안 국경

2002년 건설된 대표적인 장벽으로, 공식 명칭은 ‘요르단 강 서안지구 분리 장벽’이다.

팔레스타인 측은 이 장벽을 ‘강제 합병의 벽’이라고 부른다. 팔레스타인 영토를 상당 부분 침범한 구역에 세워졌기 때문이다. 국제사법재판소 역시 2004년 이스라엘에 “장벽 건설은 부당하다”고 권고했다.

반면 이스라엘은 ‘보안 장벽’ ‘반(反)테러 장벽’이라 부른다. 장벽 근처에서 공식ㆍ비공식적으로 팔레스타인인들의 움직임을 감시하는 이스라엘 측 관계자들만 4만~5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콘크리트 벽이 설치되지 않은 곳은 예루살렘 근처와 마알레 아두민 정착촌 부근, 사해 근처 남부 서안지구 등 세 곳 뿐이다.

지하에도 장벽 박히는 가자지구 국경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주변을 중심으로 지하에도 장벽을 건설 중인 것으로 최근 밝혀졌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지하장벽은 약 5억7,000만 달러(약6,600억 원)를 들여 가자지구와 이스라엘 간 국경에 65㎞ 길이로 설치될 예정이다.

2014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의 장벽을 피해 땅속 터널을 파고 침투, 이스라엘 군인 11명을 살해한 사건이 계기였다. 이후 이스라엘은 지하터널 32개를 발견해 파괴했다. 이 중 14개는 이스라엘 영토를 가로질러 민간인 거주지역까지 깊게 침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안한 평화 지대 307㎞ 요르단 국경

지난 1월부터 7,800만 달러(900억 원)를 들여 요르단과의 국경 남부 지역에 울타리를 건설 중이다. 이스라엘과 요르단은 1994년 국제 사회의 압력으로 평화협정을 맺었지만, 이렇다 할 민간 차원의 교류도 없는 등 냉랭한 관계를 이어갔다. 그러던 이스라엘이 평화 협정 22년 만인 지난 5월 돌연 요르단국민에게 취업허가를 내주며 일자리를 개방했다.

그러나 장벽 설치와 평화 제스처의 양면 전략 뒤에는 다른 꿍꿍이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이스라엘은 에일라트 인근에 새 공항을 건설 중인데, 요르단 국민을 ‘인계철선’용으로 활용하기 위해 끌어들인다는 지적이다. 폭탄 테러 등이 발생하면 개방정책은 언제든 중단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는 요르단 입장에서는 테러 방지에 힘을 쏟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울타리 역시 에일라트 공항과 일대에 조성된 휴양지를 보호하려는 용도로 추정된다.

골란고원을 강점하는 73㎞의 시리아 국경

첨단 기술력을 갖춘 울타리가 골란 고원 휴전선 지역에 설치돼 있다. 평균 해발고도 1,000m 구릉 지대인 이곳은 1967년 이스라엘이 중동전쟁을 치르면서 시리아로부터 빼앗아 점령했고 1981년에는 일방적으로 이 지역을 병합했다. 이스라엘은 “골란 고원은 영원히 이스라엘 영토”라는 입장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 4월 골란고원에서 정부출범 1주년 기념 고위 각료회의를 주재하고 국제사회의 인정을 요구했다.

하지만 현지 사정은 이스라엘에 우호적이지 않다. 이스라엘 점령 전부터 골란 고원에 살던 시리아 드루즈 주민 2만2,000여 명은 이스라엘 시민권을 신청하지 않고 있다. 국제사회도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골란 고원은 이스라엘의 영토가 아니다”고 밝혔다.

난민 차단용 208㎞ 이집트 국경 울타리

2013년 완공된 철제 울타리로, 감시 센서, 모니터링 타워 등 최첨단 감시 시스템을 갖췄다. 아프리카 남수단과 에리트레아에서 이집트를 거쳐 이스라엘로 몰려오는 수천 명의 난민을 막기 위한 용도다. 실제로 울타리 설치 이후 불법 월경자 수가 급감했다. 이스라엘방위군(IDF)에 따르면, 남수단이나 에리트레아에서 정치 폭압과 경제난을 이기지 못한 채 이집트를 거쳐 이스라엘로 들어오려는 난민 수는 2010년 1만 2,000여 명에 달했다. 하지만 울타리가 완성된 이후 2015년에는 불법 입국을 시도하는 난민은 수십 명 선에 그쳤다.

레바논과의 국경 81㎞에 걸쳐 설치된 장벽은 헤즈볼라 차단용이다. 국경에 인접한 도시와 마을을 지키기 위한 것으로, 레바논 이슬람교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와의 전쟁이 잦은 지역이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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