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태환. /사진=연합뉴스
[한국스포츠경제 신화섭] 이미 예상된,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대한체육회(공동 회장 김정행, 강영중)가 박태환(27)의 리우 올림픽 출전을 '결국' 허용했다. 체육회는 8일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공식 발표했다.
먼저, 체육회의 보도자료 전문을 게재한다.
<대한체육회(이하 체육회, 공동 회장 김정행, 강영중)는 오늘(7. 8. 금) 오후 스포츠중재재판소(CAS, Court of Arbitration for Sport)로부터 "박태환 선수의 잠정처분 요청이 인용되었으며 본 건 진행 상, 최종결정이 있을 때까지 2016 리우올림픽을 포함한 국제대회에 참가할 자격이 있다"는 판결을 접수했다. 체육회는 오늘 개최된 제4차 이사회의 결과에 따라 스포츠중재재판소(CAS) 및 국내법원 등의 가처분 결정을 존중하여 박태환 선수의 국가대표로서의 임시적 지위를 인정하고, 박태환 선수를 리우올림픽에 파견키로 했다.
체육회, 스포츠중재재판소(CAS)의 결정에 따라 후속조치 이행
최근 금지약물 복용 선수를 3년간 국가대표로 선발하지 않는다는 체육회의 국가대표 선발규정을 두고 박태환 선수는 국가대표 결격사유 부존재 및 올림픽 국가대표 출전지위에 대한 가처분을 스포츠중재재판소(CAS)와 국내 법원에 신청한 바 있다. 이에 스포츠중재재판소(CAS)는 박태환 선수에 대해 국가대표로서의 임시적 지위를 인정한다는 취지로 인용 결정을 내렸다.
체육회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International Olympic Committee)의 회원인 국가올림픽위원회(NOC, National Olympic Committee)로서 스포츠중재재판소(CAS)의 결정을 존중하여 스포츠중재재판소(CAS) 결정의 취지에 따라 국가대표 선발규정을 개정하는 등 후속조치를 이행해 나갈 예정이다.
이에 따라 체육회는 박태환 선수의 수영 국가대표로서의 임시적 지위를 인정하여 리우올림픽 참가선수 엔트리를 제출한다. 대한수영연맹은 금일(7.8.)중으로 박태환 선수가 포함된 올림픽 출전선수 명단(A기준 기록 통과자)을 국제수영연맹(FINA)에 보낼 예정이다.
도핑에 대한 경각심과 메달지상주의 해소 등 스포츠의 기본정신을 지키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
체육회는 이번 박태환 선수의 국가대표 선발 및 관련 규정 개정에 대한 논란으로 인하여 국민들의 의견이 양분되는 등 갈등이 커지게 된 것을 안타깝게 여기고 있으며, 이러한 논란을 계기로 스포츠계가 다시 한 번 성숙해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특히, 체육회는 금지약물 복용에 대하여 전세계적으로 통일된 처벌 기준을 적용하고자 하는 세계도핑방지기구(WADA) 등의 노력을 존중하면서도, 스포츠의 기본정신과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도핑에 대하여 경각심과 처벌 기준을 강화해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이러한 의견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및 세계도핑방지기구(WADA) 등에 제시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체육회는 박태환 선수의 출전 여부와 관련하여 단지 메달을 따기 위하여 출전 시켜야한다거나, 혹은 실력이 출중하다는 이유만으로 예외적으로 출전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하여 동의하지 않으며, 대한민국이 진정한 스포츠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메달에 연연하지 않고 스포츠 정신에 입각해 국민들의 눈높이에서 납득할 만한 국가대표가 선발되어야 한다는 입장으로 이를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다할 계획이다.
아울러, 특정인에 대한 미움으로 인해 특정인을 국가대표로 선발하지 않는다는 일부의 오해는 사실과 다름을 밝히고자 한다. 대한민국 국가대표로 선발되는 경우 타 국가의 국가대표와 달리, 각종 훈련비, 수당 등을 지급받으며, 연금, 각종 교육 혜택 등을 누리게 된다. 이러한 비용은 모두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되고 있어,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고 있다. 이러한 원칙에 따라 체육회는 국민들에게 모범이 되는 선수를 국가대표로 발탁해야 할 의무가 있고, 국민의 정서와 어긋나게 논란의 소지가 있는 선수를 대표선수로 발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향후에도 이러한 원칙은 누구에게나 어떤 상황에서도 불편부당하게 적용해 일관성 있는 스포츠 행정을 추진할 것이다.
체육회는 향후에도 원칙과 절차에 따라 스포츠의 공정성과 기본정신을 지키기 위해 앞장 설 것이고, 스포츠 4대악 등 스포츠의 기본을 훼손하는 어떠한 사항과도 타협하지 않겠으며, 국민들에게 신뢰받고 사랑받는 체육회로 거듭나도록 노력할 예정이다.
체육회, 스포츠 중재제도 도입 등 분쟁해결절차 마련 추진
체육회는 스포츠 산업의 성장 및 분쟁의 지속적인 증가가 예상 되는 만큼, 향후 비용과 갈등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스포츠 중재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스포츠 관련 분쟁이 조속히 해결될 수 있도록 중재제도를 도입하고, 세부 도입 방안에 대해서는 문체부, 법무부 및 체육단체 등과 협의를 통해 추진계획을 마련할 예정이다. 끝.>
◇체육회 "CAS 처분에 따라…"
대한체육회는 보도자료에서 "스포츠중재재판소(CAS) 및 국내법원 등의 가처분 결정을 존중하여" 박태환을 리우에 보낸다고 했다.
체육회는 그동안 CAS의 처분에 반드시 따를 필요는 없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조영호 체육회 사무총장은 지난 5월19일 본지와 통화에서 'CAS의 결정에 따라 박태환이 국가대표로 발탁될 수 있는가'라고 묻자 "아니다. 그건 예단할 수 없다. 현재 우리는 규정 개정을 할 생각이 없다"고 답했다. 체육회의 한 고위 관계자도 본지에 "(CAS 판례를) 강제적으로 준수해야 되는 건 없다. 우리는 국내법 정서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체육회는 지난 1일 국내 법원에서 박태환의 손을 들어주자 8일 오전 이사회에서 CAS의 결정을 존중하고 수용하기로 의결했다. 이날 보도자료에서도 박태환의 리우 올림픽에 파견하기로 결정한 첫 번째 이유로 CAS의 처분을 언급했다. 이에 대해 박태환 측은 물론 팬들에게서도 체육회가 '말바꾸기'를 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외신 "CAS가 박태환 리우 보냈다"
보도자료에는 또 "체육회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International Olympic Committee)의 회원인 국가올림픽위원회(NOC, National Olympic Committee)로서 스포츠중재재판소(CAS)의 결정을 존중하여 스포츠중재재판소(CAS) 결정의 취지에 따라"라는 표현이 나온다.
애당초 박태환에 대한 대한체육회의 올림픽 출전 불가 방침은 국제 관례와 어긋난 '이중처벌'이라는 비판을 들었다. CAS 상임위원을 지냈고, 박태환의 법률대리인을 맡은 임성우 변호사는 지난 5월 본지와 인터뷰에서 "대한체육회의 이중 처벌은 국제 규약에 역행하는 행동"이라며 "체육회가 CAS 결정을 안 따르는 건 말이 안 된다. 단체에 가입해놓고 규약만 지키지 않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국제적으로 웃음거리가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체육회는 이런 의견에 아랑곳하지 않고 원칙만을 고수하다 우려대로 '국제적 망신'을 자초한 꼴이 됐다. 로이터 통신은 8일 "CAS가 한국 수영선수 박태환이 리우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도록 결정했다"며 "대한체육회의 도핑 금지 규정에 맞서는 태도를 굽히지 않은 끝에 리우올림픽에서 경쟁할 수 있게 됐다"고 보도했다. AFP통신도 "박태환은 CAS가 그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국가대표로서 리우올림픽에 나갈 수 있게 됐다"고 CAS의 처분이 대한체육회의 결정을 이끌어냈음을 강조했다.
◇'사후약방문' 될까 우려
체육회는 보도자료에서 "이번 박태환 선수의 국가대표 선발 및 관련 규정 개정에 대한 논란으로 인하여 국민들의 의견이 양분되는 등 갈등이 커지게 된 것을 안타깝게 여기고 있으며, 이러한 논란을 계기로 스포츠계가 다시 한 번 성숙해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렇게 '국민들의 의견이 양분되고', '갈등이 커진' 점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는 문구는 들어있지 않다.
다만 체육회는 이번 사태의 핵심이었던 '도핑에 걸린 선수는 징계가 끝나고 향후 3년 간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는 국가대표 선발 규정은 개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8일 박태환의 리우행이 확정된 뒤 임성우 변호사가 기자회견에서 표현한 대로 "만시지탄"의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결국 박태환은 수영 국가대표팀 엔트리 제출 마감일이자 리우 올림픽 개막(8월5일)을 불과 한 달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대회 참가가 확정됐다. 그동안 마음고생은 말할 것도 없고, 정상적인 훈련도 소화하기 어려운 처지였다.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과연 응시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알지 못해 공부가 손에 안 잡히는 심정과 다를 것이 없었을 테다.
지난 1일 국내 법원에서 박태환의 국가대표 자격을 인정한 직후에라도 체육회가 그의 리우행을 허용했다면 일주일이라는 시간이나마 벌 수 있었다. 대한체육회의 뒤늦은 박태환 리우행 발표와 국가대표 선발규정 개정 의지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신화섭 기자 evermyth@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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