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분양가 탓 HUG 분양보증 보류
서울 개포주공3단지를 재건축하는 ‘디에이치 아너힐즈’의 분양 흥행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가 분양 시장 내 과열을 가라앉힐 목적으로 이달 1일부터 시행한 중도금 집단대출 규제를 적용 받는 첫 단지이기 때문이다.
현대건설은 8일 서울 도곡1동 ‘디에이치 갤러리’에 디에이치 아너힐즈의 견본주택을 오픈했다. 청약 등 일반 분양 절차는 이르면 이달 말에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조합과 현대건설 측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측에 분양 보증 심사요청을 위한 서류 준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HUG에서 분양 보증을 받아야 관할 자치단체에서 분양 승인을 받고, 이후 청약 등 본격적인 분양 절차에 돌입할 수 있다. 앞서 HUG는 지난달 30일과 2일 두 차례에 걸쳐 “평균 분양가가 너무 높다”는 이유로 조합 측에 분양보증 ‘보류’ 의사를 통보한 바 있다. 하지만 조합측은 분양가를 낮추지 못하겠다고 버티고 있다. 조합 측 관계자는 “3.3㎡당 평균 분양가를 기존 4,500만원대에서 4,320만원까지 대폭 낮춘 만큼 더 이상 낮출 수 없다”며 “HUG가 법적으로 분양가를 이유로 보증을 거부할 권한이 없기 때문에 이번에는 심사 기일(최대 13영업일)을 거쳐 보증 승인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고분양가에도 불구하고 계약자들은 높은 중도금 대출금리를 부담해야 한다는 점이다. 디에이치 아너힐즈 전체 가구(1,320가구) 중 일반 분양분(70가구)은 모두 분양가가 9억원을 넘는다. 정부가 이달부터 일반 분양가가 9억원을 넘는 곳은 HUG의 중도금 대출 보증을 이용할 수 없도록 했기 때문에, 계약자는 현대건설 연대보증을 토대로 중도금 대출을 받아야 한다. 기존 HUG 보증에 비해 대출금리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기존에 비해 높아지는 대출금리를 낮추기 위한 조치가 필요해 다양한 방안을 조합측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 일대 재건축 예정 단지들은 이런 악조건 속에서 디에이치 아너힐즈가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향후 강남 재건축 시장의 분위기를 가늠할 리트머스 시험지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강남 4구(강남ㆍ서초ㆍ송파ㆍ강동) 지역 내 올해 하반기 분양 예정인 재건축ㆍ재개발 예정 가구수는 총 1만775가구에 달한다. 분양 대행사의 한 관계자는 “디에이치 아너힐즈 분양 물량이 70가구에 불과해 분양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청약 경쟁률이 생각보다 저조할 경우 재건축을 추진 중인 예정 단지의 분양 일정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도 “이번 규제가 전국의 투기세력이 몰려든 강남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지 아너힐즈 분양 결과로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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