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홀릭
박상권 지음
인간희극 발행ㆍ240쪽ㆍ1만4,800원
궁극의 문구
다카바타케 마사유키 지음, 김보화 옮김
벤치워머스ㆍ136쪽ㆍ1만2,000원
필기구가 가지런히 정리된 문구점에만 들어서면 입꼬리가 올라가는 ‘문구류 홀릭’들을 위한 책 두 권이 나란히 출간됐다. ‘펜홀릭’은 연필, 지우개, 샤프펜슬, 색연필, 볼펜, 딥펜, 만년필, 마킹펜 등의 특징과 선택법 등을 정성껏 정리한 가이드북이다. 저자 박상권씨는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하고 펜 전문 에디터 겸 마케터, 디자이너 등으로 일해온 광고마케터다.
책은 캘리그래피, 필사 열풍에 올라탔지만 어떤 펜을 택해야 할지 몰라 방황하는 독자들을 염두에 두고 자신에게 맞는 펜을 택하는 법을 소개한다. 리뷰는 각 연필 브랜드의 필감, 깎을 때의 느낌, 굵기 등을 소개하거나 형형색색의 중성볼펜이 다 마르는데 걸리는 시간 등을 분 단위로 다룰 만큼 꼼꼼하다. 만년필 브랜드별 특징과 선택법, 궁합이 잘 맞는 종이와 도구 등의 정보도 다룬다. 무엇보다 각 제품과 이를 활용한 작품들의 사진과 일러스트 등을 아름답게 담아내는데 공을 들인 점이 눈에 띈다.
진중하고 섬세한 ‘펜홀릭’에 비하면 ‘궁극의 문구’는 조금 더 괴짜 기운이 돈다. 각각의 특정 상품에 부연한 조금은 호들갑스러운 에세이는 연신 진지함과 쾌활을 넘나든다. 76가지 문구 제품을 직접 그린 일러스트와 함께 다뤘고 비밀 문서 만들기, 출장에서 스테이플러 활용하는 법, 아크릴판 사용의 좋은 예 등을 소개하는 내공을 뽐낸다. “이건 비싸더라도 꼭 소장할거다”, “쓱쓱 쾌감을 주체할 수가 없다”, “어떤 사람이 만든 걸까 궁금해질 정도다” 등의 너스레도 빼놓지 않는다.
저자 다카바타케 마사유키는 대학원생이던 1999년 TV도쿄 ‘TV 챔피언’의 제2회 전국 문구왕 선수권에서 우승했고, 이 책의 초판격인 ‘궁극의 문구 카탈로그’ 자비출판을 계기로 문구 회사에 입사해 문구 디자이너로 승승장구한 인물이다. 그는 최근 일본 문구 붐이 다시 지펴진 원인을 대지진과 오랜 경기 침체 때문이라고 본다. 한국이라고 이유가 다를 리 없지만, 문구류가 “창조적 영감을 주며, 저렴한 가격으로 쉽게 손에 넣을 수 있고, 구입한 날부터 언제나 바로 곁에서 친구가 돼 준다”는 사실이 작은 위안이 된다.
도대체 이런 책은 얼마나 팔릴까 싶지만, 앞서 2013년 출간돼 ‘덕후’들의 마음을 흔든 ‘연필 깎기의 정석’(프로파간다)은 지금까지 5쇄를 찍으며 1만부나 나갔다. 정성껏 스트레칭을 하고, 프로페셔널한 작업용 앞치마를 두르고 극진하게 연필을 깎아 나갈 것을 당부한 “한마디로 미친 책”이었다. 김광철 프로파간다 대표는 “출판계에서 점점 더 주변의 사소한 것들, 눈길을 주지 않았던 부분, 사소한 유용함에 관심이 확장돼 가는 추세로 ‘연필 깎기의 정석’이 도화선이 됐다고 저는 주장한다”며 웃었다.
같이 보면 좋은 책은 '연필 깎기의 정석' 외에도 ‘문구의 모험'(어크로스)이 있다. 주의할 점, 4권 모두 문구점으로 달려가고 싶어 촐랑대는 심장을 잘 다독여야 완독이 가능하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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