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배치 결정 왜 서둘렀나
“남중국해 영유권 결정 앞두고 미국의 中선제압박”
9월 중국 개최되는 G20 앞둔 사드결정 의아
김종대“靑이 직접 주한미군과 논의해 결정” 주장
한미 양국의 8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의 주한미군 배치 발표는 군사작전 하듯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국방부는 하루 전인 7일 오후 갑자기 출입기자들에게 일정 시점까지 보도를 하지 않는 엠바고를 요청하고, 주요 언론사 간부들에게 한민구 국방장관의 사전 설명회를 통보했다. 불과 3일 전 한 장관이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사드 배치 시기와 지역이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힌 것과는 전혀 다른 움직임이었다.
이처럼 국방부 입장이 선회한 배경을 놓고 미국의 이해가 반영된 것이란 지적과 우리 정부의 결단이란 얘기가 국방부 주변에서 나오고 있다. 미국 압력론의 경우 사드배치 공식화를 신중하게 다루던 우리 정부와 달리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의지가 작용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 정부 내부에선 한중관계를 고려해 사드 배치 공식화 시기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기류가 짙었다. 오는 9월 중국 항저우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한중 정상회담이 추진되고 있는 만큼 발표시점을 그 이후로 미루자는 의견이 다수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G20 정상회의에 앞선 사드 배치를 공식화하면 외교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 2월의 '경험'에 따른 학습효과도 사드 배치 공식화를 미룬 요인이었다. 당시 정부는 한미 실무협의체 구성을 위한 약정체결 날짜를 국내 언론에 사전 공지했지만, 중국과 협상을 벌이던 미국이 약정체결 날짜를 연기하자고 해 낭패를 봤다. 때문에 사드배치 공식화만큼은 다양한 외교적 환경을 고려해 최적의 시점을 잡아야 한다는 게 정부 안팎의 분위기였다.
미측이 발표 시점을 앞당겼을 것으로 보는 이유로는 먼저 12일로 다가온 네덜란드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PCA)의 남중국해 영유권 중재 결정이 거론된다. 미중 간 대립이 첨예해지는 양상에서 미국이 사드를 활용, 중국에 대한 선제압박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의 중거리탄도미사일인 무수단 위협이 현실화되면서 다급해진 미국이 중국 눈치를 볼 이유가 사라졌다는 판단을 했을 수도 있다.
일각에선 청와대 차원의 정치적 '결단'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이날 "한민구 장관이 어제(7일)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어, 거기서 긴급히 결정됐다고 털어놨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실상 청와대 안보실과 주한미군이 국방부를 거치지 않고 직접 접촉하는 대화 통로에 의해 결정됐다"고 덧붙였다. 애당초 국방부에 결정권이 없었다는 얘기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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