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동포는 Washington D.C. 지역의 한 유치원에 아이를 맡기면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 미국 대부분 지역에서는 어른들을 Miss, Mr. 호칭에 성씨를 붙여 부르는데, 여기서는 성씨가 아닌 이름을 사용하는 것이었다. 보통, Susan Johnson이라는 이름을 가진 여성이 있으면, Miss Johnson과 같이 타이틀 다음에 성씨를 붙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름을 사용해 Miss Susan이라고 부르다니, 상당히 당황스럽다.
이는 마치 우리나라의 ‘김막동’을 ‘Mr. Kim’대신 ‘Mr. 막동’으로 부르는 것과 같다. 그런데 이런 사례가 미국인들 사이에서는 의외로 많다. 처음에 이런 문화는 남부 지역의 흑인 어머니들 모임에서 시작됐다. 친근감을 주려고 의도적으로 사용하던 것이었는데, 친한 사이의 흑인 여성들이 보육원이나 학교 등에서 서로를 부를 때, 또는 가족 구성원의 친구가 방문했을 때 이런 호칭을 사용했다.
Mr. First name이나 Miss First Name으로 부르는 것이 친근감의 경칭(friendly honorific)이라고는 하지만 외지인에게는 익숙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미국인들은 서로 얼굴을 익혔으면 first-name basis를 자주 사용한다. 그래서 친근감을 주는 first name에 격식을 갖춘 Miss나 Mr.등을 붙여 ‘적당히 격식 갖추고 적당히 친근감을 표현하자는 취지’를 드러내고자 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직업상 알게 된 거래처 사람이 연장자이고 보수적인 경우에도 친근감의 표시를 위해 이런 호칭을 사용한다.
이 방식은 북부 지역이나 백인들 사이에서도 곧잘 쓰인다. 흔한 건 아니지만 드문 것도 아니고 일반화된 것은 아니지만 아예 불문율처럼 금기 사항도 아니다. New York 외곽 지역의 한 보육원에서는 꼬마들이 Jane의 이름을 가진 선생님을 Miss Jane이라고 부르고 Tom 이름의 남자 교사는 Mr. Tom으로 부른다. 이들 모두가 백인이고 20대 교사들이며 New York 토박이인데도 이런 문화가 생겼다는 것은 다소 의아하다. Atlanta시 남동 지역 같은 경우, 몇몇 백인 가정의 자녀들이 어른 여성, 특히 엄마 친구들을 이런 식으로 부른다. 초등학교에서는 교사들이 철저하게 Mrs. Doe, Miss Doe, Mr. Doe 식으로 부르도록 교육하지만, 보육원이나 유아원에서는 잘 아는 사람들을 Mrs., Miss 타이틀 다음에 first name으로 부르는 일이 제법 많아진 것이다.
그래서 더 이상 흑인이나 남부만의 문화라고 단정할 수 없다. 어느 대학에서는 학교 직원들에게도 Miss, Mrs., Mr. 같은 호칭에 first name을 덧붙여 부르는 일이 있는데 이 역시 친근감과 존중의 뜻이다. 일부에서는 이를 두고 semi-formal 호칭이라고 말한다. 전통적인 호칭의 Mr. Doe, Miss Doe와 동시에 Miss Jane 같은 호칭을 들어도 놀랄 일은 아니다. 존중의 뜻으로 Miss, Mrs., Mr.등을 사용하면서 그 뒤에 성씨 대신 ‘이름’을 쓰는 것이 친근감의 표현이라는데 어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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