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장이 정체돼 중국 등 다양한 문화권의 스토리텔링이 필요합니다.”
1조2,477억원이라는 수익을 창출하며 올해 세계 흥행 순위 1위를 달리고 있는 영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의 조 루소(45) 감독은 중국 등 여러 문화권의 콘텐츠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8일 서울 상암동에서 열린 내한 기자간담회에서 루소 감독은 “미국에선 어떤 스토리가 통한다는 게 정해져 있다”며 “마블 캐릭터로 이야기를 엮어가고 있지만 영화의 결말을 어떻게 마무리해야 하는 지 등도 정형화 돼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루소 감독은 이날 상암동 누리꿈스퀘어에서 열린 ‘콘텐츠 인사이트’(한국콘텐츠진흥원 주관) 세미나의 강연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
루소 감독은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와 ‘캡틴 아메리카: 윈터솔져’(2014)로 세계 영화팬을 사로잡았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1,2편도 연출을 맡게 될 정도로 할리우드에서 인정 받고 있는 감독이다. 루소 감독은 마블 스튜디오의 원작을 바탕으로 ‘캡틴 아메리카’시리즈와 ‘어벤져스’ 시리즈로 지명도를 얻었지만 “(이들 영화에도)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예산에 맞춰 이야기를 한정적으로 펼치고, 흥행할 만한 스토리에만 집중하는 할리우드는 건강하고 독립적인 모습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할리우드 스토리는 전 세계 관객들이 다 봤다고 봅니다. 수천 년의 역사를 기반으로 한 중국 시장이야말로 건강하고 다양한, 새로운 스토리를 펼칠 수 있는 곳으로 보고 있습니다. 스토리를 다각화하는 시도는 콘텐츠의 미래에 있어서 중요한 과제입니다.”
루소 감독은 “우리 모두는 지금 어느 때보다 서로 연결돼 있고 같은 이슈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의 스토리텔링이나 캐릭터가 결국은 인간 이야기”라며 “다각화 시장이 중요한 이유”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루소 감독은 영화 ‘스타트렉 비욘드’의 저스틴 린 감독과 함께 블릿이라는 영화사를 최근 설립했다. 블릿은 콘텐츠 스토리 관리 및 유통 등의 사업을 하는데 올해 중국 베이징에 앤뎀픽쳐스라는 회사를 차려 현지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기도 하다. 루소 감독과 함께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토드 마커리스 블릿 대표는 “중국에서 많은 일을 하게 됐다”며 “중국어로 영화를 만드는 것에 기대가 크며, 작은 규모지만 조만간 공상과학영화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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