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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의 길 위의 이야기] 일상의 명언

입력
2016.07.08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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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 만난 사람들과 밤이 되도록 시간을 보냈다. 오래 전부터 밤 외출을 거의 하지 않고 지내는데, 좋은 사람들과의 유쾌한 대화가 시간을 잊게 했다. 그 중 한 분의 이야기가 아침부터 머릿속에서 맴돈다. 오래 전, 누군가가 그에게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물었을 때 “무한히 너그러운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던 사람이다. 본인은 그 말을 기억도 못 한다지만, 그는 바라던 모습으로 살고 있다. 그가 하는 말에는 적어두고 싶은 명언이 많지만, 정작 본인은 기억하지도 못하니, 본성에서 나온 말로 인한 느낌은 더욱 신선하다. 더군다나 그는 달변가도 아니고 말을 많이 하는 사람도 아니다. 적은 말로 크게 소통하는 그의 대화법을 잘 배워두고 싶다. 어제도 두고두고 되새기고 싶은 그의 말에 여러 번 펜을 찾았다. 받아 적지 못한 말은 머릿속에서 비슷비슷한 문장으로 떠오르곤 하지만, 정확하지 않아 그다지 절묘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기억력을 탓할 수밖에. 아, 기억력이라는 단어로 인해 기억나는 것이 있다. 약속을 잘 잊는 동료 교수들이 “나이가 들면 죽어야지”하며 자신의 잘못을 계속 무마시킬 때 그는, “아니죠. 나이가 들면 적어야죠”라고 했다 한다. 과묵한 그의 말은 묵직하고, 신경을 자극하지 않는다. 말 속에 든 가시는 흡수할 수 있을 만큼 적당히 빳빳하다. 메모하는 습관이 몸에 배지 않은 나에게는 이 또한 명언이다.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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