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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전 이겨 낸 생명의 고향 고롱고사

입력
2016.07.08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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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기억

에드워드 윌슨 지음ㆍ최재천 옮김

반니 발행ㆍ164쪽ㆍ1만7,000원

모잠비크는 세계에서 35번째로 큰 나라로 남한 면적의 약 8배 정도의 크기다. 아프리카 남동 해안 2,500㎞를 따라 길게 뻗어 있다. 오랫동안 포르투갈의 식민지로 가혹한 수탈을 당했다. 독립투쟁을 주도한 세력 ‘프릴레모’는 1975년 독립과 동시에 공산정권을 수립했다. 공산화를 우려한 인접국들은 극우 성향의 반정부세력인 ‘레나모’를 지원했고, 모잠비크는 곧 내전에 빠져들었다. 1977년부터 1992년까지 16년간 지속된 내전 기간에 약 100만 명 가까이 죽었고, 굶주린 군인들은 야생동물의 95%를 죽였다. 모잠비크의 자연생태계는 파괴되었고 레나모의 본부 주변 고롱고사 일대는 지옥으로 변했다.

내전 종식 후 10년이 지나서 모잠비크의 고롱고사 국립공원 복원 사업이 시작되었다. 초빙된 외부 전문가들과 힘을 합쳐 다시 10년의 세월을 바쳤다. 생태계는 순조로운 회복세에 접어들었다. 이 책은 바로 이 고롱고사 국립공원 생태 복원 작업에 참여한 에드워드 윌슨 교수의 보고서이자, 세계적인 생태ㆍ곤충 사진 전문가 피오트르 나스크레키의 진귀한 사진 60여 점이 함께 담긴 화보집이기도 하다.

모잠비크 정중앙에 위치한 고롱고사는 특별하다. 아프리카에 대한 이미지와 달리 해발 1,863m높이에 연 강수량이 2m씩이나 된다. 덕분에 상대적으로 서늘한 기후와 풍부한 물을 이용해 무성한 숲이 있고, 수원지 역할까지 한다. 산 꼭대기의 약 75㎢ 넓이에 이르는 숲은 사바나와 초원의 바다 위에 떠있는 생태적 섬이다. 헬기로만 접근 가능한 지형이어서 생물학적으로는 미탐사 지역이기도 하다. 저자는 2011년 7월 산비탈의 고도 1,097m 지점에서 ‘고롱고사 바이오블리츠’ 행사를 열었다. 바이오블리츠란 일정 지역에서 제한 시간 내에 발견한 생물종의 숫자를 확인하는 활동으로 과학과 사회적 만남, 그리고 보물찾기를 한데 결합한 행사다. 예상했던 대로 이 날의 성과는 대단했다고 한다.

지역민들에게도 고롱고사는 인류의 탄생지로 신성한 곳이다. 저자도 “만일 현생 인류가 어딘가에서 태어나야 했다면, 포유동물군의 양태와 환경이라는 점에서 볼 때 여기가 바로 그곳일 수 밖에 없다. 수천만 년 동안 아프리카는 나무를 벗어나 무리를 지어 삶을 영위했던 대형 영장류들의 고향이었다”고 적어뒀다. 그는 내전으로 대형 동물들이 사라짐으로써 생태계가 어떻게 변했는지, 그래도 살아남은 악어와 하마가 존재한 수중생태계는 어떠했는지, 지능이 높고 사회성이 좋아 아직도 내전의 트라우마를 앓고 있는 코끼리들은 어떻게 적응해가고 있는지 생생하게 그려낸다.

세계 최고의 개미 전문가로서 개미 얘기가 빠질 리 없다. 냉장고에서 시내버스 정도 크기의 흙집을 짓는 마크로테르메스 흰개미와 이 흰개미를 공격하는 마타벨리 군대개미 이야기는 생생하게 확대된 사진과 더불어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느낌마저 일으킨다. 자연과 생태에 대한 이해 없이 생명을 존중할 수 있을까? 이 책을 읽으면 평생을 자연과 함께 살면서 자연의 귀중함을 온 몸으로 깨우친 저자의 ‘바이오필리아 정신’에 깊이 공감하게 된다.

과학책 읽는 보통사람들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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