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7일 최고의 상품을 개발해 교역 조건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하면서 ‘더 좋은 쥐덫(A better mousetrap)’의 비유를 들었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무역투자진흥회의를 주재하면서 “미국 울워스라는 회사에서 만든 쥐덫은 한번 걸린 쥐를 절대로 놓치지 않는 데다 위생적인 플라스틱으로 예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쥐덫에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고 창의성을 입혀 성공시킨 사례로 든 것이다.
박 대통령은 “당신이 더 좋은 책을 쓰고 더 좋은 설교를 하고 더 좋은 쥐덫을 만들면 외딴 숲 속 한가운데 집을 짓고 살아도 세상 사람들이 당신 집 문 앞까지 반들반들하게 길을 다져 놓을 것이다”라는 문구도 소개했다. ‘더 좋은 쥐덫(상품)’이라는 경영학 용어의 출처가 된, 미국 시인 랄프 왈도 에머슨이 1800년대에 쓴 문장이다. 박 대통령은 “환율 변동이나 수입 규제 등으로 우리가 늘 출렁거리지만, 그것들을 초월하는 궁극적 방법은 독특하면서 최고의 질을 지향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이라고 말해, ‘한국 판 더 좋은 쥐덫’을 만들 것을 주문했다.
하지만 해당 쥐덫이 얼마 안 가 미국 시장에서 외면을 받았다는 점에서, 반쪽 짜리 비유라는 논란도 일었다. 플라스틱 통에 갇혀 죽은 쥐를 직접 꺼내야 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낀 소비자들은 쥐와 덫을 함께 버리면 그만인 구식 쥐덫을 더 많이 샀다. 이에 경영학에서 ‘쥐덫의 오류’는 소비자의 취향과 트렌드를 무시하고 성능만 높여 내놓은 제품이 결국 실패하는 경우를 가리킨다. 더구나 박 대통령이 말한 ‘울워스’는 업체 대표 이름이고, 회사 이름은 ‘애니멀 트랩’인 것으로 확인돼 사실 관계도 틀렸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박 대통령은 발상의 전환이 중요하다는 취지에서 쥐덫을 언급한 것으로, 시장 변화로 인한 쥐덫의 최종 성공 여부까지 감안한 발언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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