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계 ‘형님 리더십’ 내세워 권유
徐 ‘절대 불가’ 입장 바꿔 고심 중
前 의원ㆍ자문그룹은 불출마 조언
“출마 명분 약해… 득보다 실 커”
朴대통령ㆍ與의원들 오찬 통해
분위기 살핀 후 주말쯤 결단할 듯
오는 8ㆍ9 전당대회 출마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았다”(5일)는 입장을 표명했던 친박계 맏형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이 장고(長考)에 들어갔다. 서 의원 주변에서는 ‘100% 불출마’였던 기류가 급변해 서 의원이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8일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의원 전원과의 오찬 분위기를 살펴본 뒤 주말쯤 출마든 불출마든 거취 표명이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서 의원의 한 측근은 7일 주변 인사들에게 “출마하는 쪽으로 7, 안 하고 싶다는 쪽으로 3정도 되는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 의원은 5일 정갑윤 조원진 등 친박계 의원 13명의 출마 권유 방문 직후 기자들에게 “나는 한 번도 (전대 출마를) 생각해본 일이 없다. 그 생각은 전혀 변함이 없다”고 강한 톤으로 거부한 바 있다. 하지만 그날 이후 서 의원이 여러 루트로 청와대의 의중과 당내 기류를 살핀 뒤 절대 불가에서 한발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 당 관계자는 “당 대표 출마를 준비한 한 친박계 주자에게 서 의원이 도와줄 사람들을 보내려고 했는데 일단 스톱시킨 것으로 안다”며 “기류가 변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 의원 쪽 사정을 잘 아는 인사들의 말을 종합하면 현재 친박계 현역 의원들은 출마를 권유하고, 전직 의원들과 자문그룹은 불출마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서 의원의 출마 여부가 자신의 당 대표 경선 출마의 변수라고 밝힌 친박계 홍문종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서 의원의) 고뇌가 깊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출마) 찬성을 열렬히 주장하는 의원들만큼 그 반대를 이야기하는 분들도 상당히 많아 (서 의원이) 어떤 결단을 내릴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친박계에선 서 의원이 친박계 주자 중에선 그나마 당을 아우를 수 있는 카드라며 ‘형님 리더십’을 명분으로 내세운다. 친박계 이장우 의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의원들이 간곡하게 계속 요청하고 있다. 통합적인 큰 형님으로서의 역할을 이야기하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최경환 의원도 전날 “당내 굉장한 반목과 대립이 있기 때문에 어른 같은 분이 나서 아울러야 한다”고 언급했다.
출마하지 않아야 한다고 자문하는 쪽에서는 출마 명분이 약하고 정치적 득보다 실이 크다는 논리를 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먼저 서 의원은 박근혜 정부 집권 2년차였던 2014년 7ㆍ14 전당대회에서 비박계 김무성 후보에게 1만4,413표 차(8.1%포인트)로 크게 졌다. 박 대통령이 직접 전당대회장을 찾았지만 당내 주류 세력이 대패한 셈이다. 이번 전대는 그때보다 더 비관적인 상황이다. 둘째, 평의원인 최 의원도 총선 참패 책임론으로 불출마를 선언한 마당에 당시 당 최고위원으로 지도부였던 서 의원이 출마 자격이 있느냐는 논란이 일 수 있다. 원유철 전 원내대표도 비상대책위원장을 겸직하려다 총선 참패를 이끈 지도부라는 이유 때문에 당내 반발로 무산됐다. 셋째, 20대 국회에서 원내1당이 국회의장 후보를 낸다는 관행이 성립돼 하반기 국회의장엔 원내1당(129석)을 회복한 새누리당에서 국회 최다선(8선)인 서 의원을 추천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그가 당 대표직에 도전하면 국회의장직을 포기해야 할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서 의원은 이날 지역구에 머무른 것으로 알려졌다. 8일 청와대 오찬에는 참석할 예정이라 박 대통령과 청와대 기류를 살펴 거취를 정할 것이란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서상현 기자 lss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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