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 쫓는 TVㆍ5단계 필터 정수기
LG전자 현지 맞춤형 제품 출시
삼성, 소음에도 잘 들리는 TV
빨래판 부착된 세탁기로 맞불
전체 면적이 남한의 32배에 이르는 인도는 지역별로 차이는 있지만 연 평균 기온이 19~32도인 무더운 나라다. 우리나라에선 여름에만 출몰하는 모기가 일년 내내 끊이지 않는다. 이러한 환경은 오히려 기회가 되기도 한다. LG전자는 최근 인도에서 ‘모기 쫓는 TV’를 출시했다. 모기가 싫어하는 초음파를 발생, 주변의 모기를 쫓아내는 TV다. 초음파는 사람에겐 들리지 않는 만큼 TV 시청에는 방해가 되지 않는다. LG전자 관계자는 “인도 소비자들은 말라리아, 지카 바이러스, 뎅기열 등에 대한 경각심이 높다는 점에 착안, 제품을 개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인구 12억여명의 거대 시장 인도를 사로잡기 위한 가전 업체들의 경쟁이 뜨겁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현지 환경에 맞춘 이색 가전을 잇따라 쏟아내며 선두 굳히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5일(현지시간) 인도 수도 뉴델리에서 현지 매체들을 초청, 맞춤형 TV ‘조이비트’ 등 44종의 TV 신제품을 선보였다. 조이비트 TV는 인도 사람들이 주로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TV를 본다는 점과 열악한 주거환경으로 TV 시청 시 소음이 크다는 점을 감안, 음향 기능을 대폭 강화한 제품이다. 기본 스피커를 외부에서도 보이도록 화면 아래쪽에 배치하고 높은 소리를 내보내는 별도의 스피커도 탑재해 더 선명한 소리를 들려준다.
LG전자도 인도 맞춤형 TV 제품을 꾸준히 내놓고 있다. 인터넷 보급률이 낮은 현지 환경을 고려해 개발한 스마트TV가 대표적이다. 유ㆍ무선 인터넷 연결 없이도 별도의 USB를 TV에 꽂으면 모든 기능을 인터넷이 연결된 경우와 동일하게 이용할 수 있다.
LG전자는 정수기 사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도 중산층을 중심으로 정수기 수요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박테리아와 중금속 등을 없애 주는 5단계의 필터를 내장한 정수기는 현지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1분기 인도 정수기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50%나 증가했다”고 말했다.
출시 1년2개월 만에 전 세계 판매량 200만대를 돌파한 삼성전자 인기 제품 ‘액티브워시’도 당초 인도 시장을 겨냥해 만든 제품이었다. 삼성전자는 세탁기에 옷을 넣기 전 애벌 빨래를 하는 인도 주부들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어 지난해 2월 세탁기 상단에 직접 손빨래를 하는 빨래판을 부착한 액티브워시를 출시했다.
인도 가전시장은 중산층의 구매력이 커지면서 급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회계법인 언스트앤영의 분석에 따르면 인도 가전 제품 수요는 연 평균 25%씩 성장, 2020년이면 전체 시장 규모가 34조원도 웃돌 전망이다. 특히 보급률이 세계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평면TV와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의 수요가 폭증할 것으로 보인다. 언스트앤영은 “인도 시장은 성장 잠재력이 클 뿐 아니라 중동 등 주변 국가로 판로가 확대될 가능성도 높아 글로벌 가전 업체들이 현지 생산 기반을 경쟁적으로 늘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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