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피의자는 강도 혐의 부인
“딸이 깨어나면 정말 많이 안아줄 거예요.”
희귀ㆍ난치성 질환인 모야모야병을 앓다 강도를 만난 충격으로 쓰러진 여대생 김모(19)양의 어머니는 한 달여 만에 의식을 되찾은 딸이 대견스럽다고 했다.
김양의 어머니는 7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딸이 손가락으로 브이(V)자를 만들 정도로 상태가 좋아졌다”며 “도와주신 많은 분들이 고맙다”고 인사를 전했다.
김양은 지난달 5일 오후 11시52분쯤 경기 의정부시 자신의 집 앞 골목에서 강도와 맞닥뜨린 후 놀라 쓰러졌다. 김양은 뒤에서 흉기를 들이대며 위협하는 여모(30)씨를 힘껏 뿌리치고 도망쳤지만, 100여m 떨어진 집에 도착하자마자 뇌출혈로 의식을 잃었다. 부모에게 “칼, 칼, 칼, 강도”라고 소리치던 딸은 아버지의 신고를 받고 경찰이 수색하는 동안 경련을 일으켰다. 모야모야병은 혈관이 좁아져서 뇌출혈 등을 일으키는 희귀 질환이다.
악몽과도 같았던 그날 이후 김양은 한 달이 다되도록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지난달 29일에는 뇌에 물이 차 세 번째 수술을 받기도 했다. 김양의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지면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김양을 응원하는 글이 잇따랐다. 인터넷에는 후원 카페(http://cafe.naver.com/uraisemeup2016)도 생겼다. 검찰도 범죄피해자구조심의회와 경제적지원심의회를 열어 1,011만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이런 간절함을 알았는지, 김양은 기적처럼 깨어나 5일 중환자실에서 일반병실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김양이 입원 중인 서울 N병원 관계자는 “부르면 눈을 떠 반응하고 주먹을 쥘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된 상태”라며 “경과를 지켜본 뒤 재활치료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양에게 강도 행각을 벌인 여씨는 모 방송사 공채 개그맨 출신으로, 지난 달 22일 강도치상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술에 취한 여씨가 수중에 돈이 없어 금품을 빼앗을 목적으로 집에 있던 흉기를 가지고 나와 길가던 김양을 흉기로 위협했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반면 이날 의정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 고충정)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여씨의 변호인은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목에 흉기를 들이대거나 목덜미를 잡는 장면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변호인은 또“피고인은 모야모야병을 앓던 것을 몰랐기 때문에 피해자가 집에 도착한 뒤 의식을 잃은 것에 대한 책임은 없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다음 공판은 다음달 18일 오후 2시 열린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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