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초등학생들의 변사사건 신고를 두 번이나 받고도 시신을 이틀 동안 방치하는 등 늑장 대처해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
7일 충남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4일 오후 5시 40분쯤 초등학생들이 휴대전화로 112 상황실에 “목을 매 죽은 사람이 있는 것 같다”고 신고했다. 학생들은 신고를 받은 충남청 112상황실 A경위가 위치를 묻자 6개월 전 폐업한 논산시 논산읍 모 마트 이름을 정확히 말했다.
A경위가 학생들에게 경찰관을 출동시키겠다고 하자 초등학생들은 “잘못 본 것 같기도 하니 확인한 뒤 다시 전화한다”며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8분 후 같은 휴대전화로 112에 전화해 “니가 말해”라며 미루는 듯 하는 말을 하다가 신고를 받은 B경위의 위치를 묻는 질문에 마트 이름을 재차 말했다.
하지만 B경위는 학생들에게 “경찰관이 나갔으면 아무 걱정 말고 집에 가라”며 통화를 끝냈고, 112 상황실 직원들은 해당 경찰서에 상황을 전달하지도, 출동지령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이틀이 지난 6일 오후 2시쯤 초등학생들이 신고했던 마트를 지나던 한 은행 직원이 같은 내용의 신고를 해 현장으로 출동했다가 목을 매 숨진 30대 남성을 발견했다. 현장에선 신변을 비관하는 C씨의 메모도 나왔다.
경찰이 초등학생들의 두 차례에 걸친 신고에도 불구하고 현장을 확인하지 않다가 무려 44시간이나 지난 뒤에야 늑장 대처를 했다는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담당 경찰이 아이들의 얘기를 잘못 이해해 경찰관이 출동한 것으로 생각해 빚어진 일인 것 같다”며 “신고를 받았을 때 출동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만큼 잘못한 게 맞다”고 늑장 대처 사실을 인정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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