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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되는 일보다는 만족스런 작품에 집중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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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되는 일보다는 만족스런 작품에 집중하고 싶어”

입력
2016.07.07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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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엽씨는 "산본 1세대인 나 같은 사람들이 만화 '신도시' 같은 작품을 계속 내다 보면 평화롭고 살기 좋은 도시인 산본 만의 색이 생기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고경석기자 kave@hankookilbo.com
김인엽씨는 "산본 1세대인 나 같은 사람들이 만화 '신도시' 같은 작품을 계속 내다 보면 평화롭고 살기 좋은 도시인 산본 만의 색이 생기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고경석기자 kave@hankookilbo.com

요즘 힙스터들에게 가장 인기

혁오ㆍ장기하 앨범에도 참여

공식 데뷔작 ‘두경’ 곧 발표

김인엽(26)씨는 남들이 모르는 새로운 멋을 찾아다니는 사람들, 이른바 힙스터들에게 최근 높은 관심을 받는 만화가 겸 일러스트레이터다. 힙스터가 많은 인디 음악계와 패션계에서 특히 인기가 높다. 지난해 돌풍을 일으켰던 인디 밴드 혁오의 싱글 ‘판다베어’의 커버를 그렸고 최근 발매된 장기하와 얼굴들의 새 앨범에 포함된 게임북 만화를 만들었다. 독립 출판물인 만화책 ‘신도시’ 시리즈는 5권까지 만들었는데 모두 매진됐다. 이달 중엔 공식 출판계 데뷔작 ‘두경’을 발표한다. 김씨는 4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작업실에서 만나 “인기를 얻는 것보다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즐겁다”고 했다.

서울 홍익대 졸업을 앞둔 학생인 그는 “하루 종일 일에 매달려도 시간이 부족”할 만큼 전문 작가 못지 않게 많은 일을 하고 있지만 “아직은 전문적인 만화가이기보다 연습 단계”라고 했다.

그의 그림은 기존 국내 만화 스타일과 거리가 있다. 옛날 한국 만화와 미국식 카툰이 뒤섞인 느낌이다. “제가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작가가 미국 카투니스트 아트 슈피겔만과 로버트 크럼입니다. 다른 만화 작가들과는 출발점이 약간 달라요. 1980년대 우리 만화인 ‘주먹대장’도 좋아했죠. 그런 취향들이 그림에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김씨는 중앙대 경제학과를 다니다 “돈만을 좇는 게 싫어” 홍대 시각디자인학과로 두 번째 입학했다. 군 복무를 하던 중 “뭐라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고 제대 후 처음 만든 책이 ‘신도시’다. 2014년 시작한 ‘신도시’는 1권에서 5권으로 이어지기까지 인쇄 부수가 100권에서 400권으로 늘어났고, 가격도 1,000원에서 1만2,000원으로 인상됐다.

김씨가 고향 경기 군포시 산본을 전면에 내세운 이 만화책은 주인공 20대 청춘의 일상과 사랑, 고민과 상상을 가벼운 듯 진지하게 풀어낸다. “지역 색채를 구체적으로 드러내진 않았습니다. 산본의 관광지나 맛집을 알려주는 건 구식이라 생각했어요. 책에선 제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려 했어요. 물론 허구도 포함돼 있죠. 제가 산본에서 태어난 1세대라고 할 수 있는데 저처럼 산본에서 나고 자란 세대들이 이렇게 마음 가는 대로 작업하다 보면 그것이 모여 산본만의 색깔이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두경’은 주인공이 김인엽인 세계에서 한 단계 확장한 작품이다. “결국 내 이야기”라고는 하지만 주인공이 여성으로 바뀌면서 훨씬 차분한 연애 이야기가 됐다. ‘신도시’의 거칠고 외설적인 표현도 거의 없다. “일단 나 자신과 친해진 다음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 나가고 싶습니다. ‘두경’에도 제 경험이 많이 녹아 있어요. 여성 캐릭터라 조심스럽게 표현하려고 애썼어요. 그리면서 예전에 사귄 여자친구들을 떠올리니 정말 모두에게 미안하더라고요.”

김씨는 ‘신도시’와 별개로 SNS 인스타그램(@kiminyup)의 네 컷 만화를 꾸준히 그리고 있다. “종이로 된 만화책을 더 좋아하지만 친구의 권유로 억지로 시작했다”면서도 “자꾸 하다 보니 하이쿠(일본 전통의 짧은 정형시) 같은 재미가 있다”고 했다. 그는 당분간은 ‘돈 되는 일’보다 ‘만족스러운 작품’에 집중할 생각이라고 했다. 올해 안에 ‘신도시 6’도 내놓을 예정이다. “만화가 좋아서 시작한 일이라 매일매일 즐겁습니다. 담뱃값 빼곤 돈 들 일이 거의 없으니 돈을 위해 일할 필요도 없고요. 독자의 공감을 많이 얻기 위해 일하고 싶지도 않아요. 내가 봐서 좋은 작품이 아니라면 아무 의미도 없으니까요.”

고경석기자 kave@hankookilbo.com

김인엽 작가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카툰 ⓒ김인엽
김인엽 작가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카툰 ⓒ김인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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