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석 명문요양병원장 치료 자청
일주일 두차례 방문진료로 건강 회복세
일제 강점기 위안부로 끌려갔다 60년 만에 귀국했으나 폐암 판정을 받고 시한부 삶을 살고 있는 곽예남(92) 할머니가 한 시골 의사의 도움으로 기력을 되찾아 화제다.
화제의 주인공은 전남 담양의 명문요양병원 김동석(46)원장. 김 원장은 몸과 마음에 온갖 상처를 입고 힘든 투병생활을 하고 있는 곽 할머니의 소식을 듣자 마자 한걸음에 달려가 극진한 치료와 함께 말동무까지 해주고 있다.
김원장은“폐암 말기 판정을 받은 곽 할머니가 저의 고향인 담양에 오셨다는 소식을 듣고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며 “그동안 암환자를 치료한 경험과 지식을 총 동원해 평생 동안 한을 품고 사신 할머니의 건강을 보살펴 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할머니는 1944년‘공장에 취직시켜주겠다’는 말에 속아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갔다. 해방 이후에도 고향에 돌아오는 것이 두려워 중국 안휘성 숙주에서 생활하다 지난 2004년 고향인 담양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지식들이 없어 이종조카인 이관로(59)씨의 보살핌을 받으며 지내왔다.
귀국 후부터 병원을 드나들던 할머니는 지난해 12월 폐암 말기 판정을 받고 여성가족부에서 나오는 위안부 피해자 지원금으로 간병인의 도움을 받으며 힘겨운 투병생활을 하고 있다.
담양군을 통해 이 안타까운 소식을 접한 김 원장은 즉시 할머니를 찾아가 병 치료를 약속했다. 실제 할머니는 치매와 어릴 적 트라우마 때문에 낯선 사람이 오면 피하고 큰소리를 내기도 한다. 허리는 완전히 굽은데다 치아도 없어 식사하는데 힘들다. 근래에는 더운 날씨 때문에 욕창이 생겨 가려움을 호소하는 건강상태가 악화되었다.
이후 김 원장이 매주 두 차례 할머니를 찾아가 면역치료를 비롯해 비타민 주사를 놔주고 아들처럼 말동무도 해주면서 병세가 호전되고 있다.
할머니의 조카 이씨는 “김 원장 등 의료진의 극진한 치료와 간호 덕분에 욕창이 사라지는 등 이모님의 건강이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다”며 “일주일에 두 번씩 산골 집까지 찾아와 진료한 것도 모자라 반찬까지 챙겨줘서 너무 감사하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김 원장은 “할머니의 마지막 여생이 젊은 시절 느끼지 못했던 고국의 따뜻한 품에서 건강하게 지내셨으면 하는 바램 뿐”이라며 “생존해 계신 위안부 할머니들의 건강을 보살피는데 작은 힘이나마 보태겠다”고 말했다.
김종구 기자 sori@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