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내부지분율↑ 총수 그룹 지배력 강화
불투명한 지배구조와 부자ㆍ형제간 경영권 다툼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롯데그룹이 여전히 대기업 중 가장 많은 순환출자(계열사끼리 A→B→C→A의 형태로 돌려가며 출자하는 것) 구조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7일 공정거래위원회가 공개한 65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집단) 주식소유 현황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으로 대기업집단이 가진 순환출자 고리는 94개로 집계됐다. 이 중 롯데의 순환출자 고리가 67개로 전체 대기업 순환출자의 71.3%를 차지했다.
롯데의 순환출자 고리는 지난해 416개보다는 크게 줄었지만 여전히 대기업 가운데는 압도적으로 많은 수준이다. 순환출자는 한 번 출자된 자본금을 계열사끼리 돌려가면서 재출자 할 수 있어, 재벌 총수가 적은 돈을 들여 여러 회사를 지배하는 수단으로 이용된다. 한 계열사가 부실해지면 다른 계열사까지 부실이 전이되는 부작용도 있다. 때문에 2014년 7월부터는 새로 순환출자 고리를 만드는 것이 금지됐다.
신규 순환출자가 금지되고 공정위가 기존 순환출자 해소에도 힘을 쏟으며 대기업 순환출자는 급감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대기업 순환출자는 2013년에는 9만7,658개였다가 2014년 483개로 줄고 지난해는 459개까지 감소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순환출자 고리를 가지고 있던 한솔 한진 한라 등 3곳은 올해 순환출자 고리를 모두 해소했다.
한편 대기업집단의 내부지분율(총수일가 및 계열사가 보유한 지분의 비중)은 작년보다 증가하며 대기업 총수의 그룹 지배력이 더 강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65개 대기업집단의 내부지분율은 29.9%로 지난해보다 0.5% 증가했고, 특히 총수가 있는 45개 대기업집단(57.3%)은 지난해(55.2%)보다 더 많이 증가했다.
다만 내부지분율을 뜯어보면 총수와 그 일가의 지분율이 꾸준히 내려가 올해 2.6%로 집계된 반면, 계열회사의 지분율은 꾸준히 상승(2010년 44.0%→올해 54.9%)해 전체 내부지분율 증가를 주도했다. 총수일가가 직접 지분을 늘리는 대신 계열사를 통해 그룹을 지배하는 방식을 더 선호하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세종=이영창 기자 anti092@han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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