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ltor는 영어 단어들 중에서도 발음하기 어려운 어휘로 손꼽힌다. 미국의 ‘부동산 중개인’은 한국 자격증 제도와는 달리 전국부동산중개인연합회에 가입한 회원임을 드러내기 때문에 공인된 것으로 통한다. 그런데 원어민들은 이 단어를 무척 신경 써서 발음한다. 지역, 사람마다 발음이 다르고 어떻게 발음하느냐에 따라 이미지가 달리 구축되기 때문이다.
주택 매매를 할 때 중개인에게 ‘I’m so happy you’re my realtor.’(좋은 중개인을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라는 인사를 한다. 바로 이 순간, 발음을 통해 자신의 출신지와 교육 정도가 드러나기에 조심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발음은 요즘 들어 대중화되고 있다. 그 이유는 미국에서 REALTOR라는 단어가 전국부동산중개인연합회 상표로 등록이 되면서 이 고유 명칭이 ‘공인’이나 자격증 명칭처럼 인식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업자들 사이에서는 이 발음을 놓고 옥신각신한 사례가 꽤 많다.
Texas 사람의 발음을 글로 옮겨보면 real-a-tor로 적을 수 있다. ‘리얼-러-터’로 발음한다. 표준 발음의 중서부 지역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남동 지역인 New Jersey 지역에 가면 real-uh-ter로 달라진다. Chicago 지역에서는 real-ter나 ree-lit-er로 발음한다. TV 등 매체의 광고를 접하면 real-tore처럼 들리는데 이는 이 직업을 강조하기 위해 종성 음절 ?tor에 힘을 준 것이다. 발음이 얼마나 다양하냐면, 인터넷 백과사전에서는 이 발음을 네 가지로 소개할 정도다. ‘릴터, 리얼터, 리얼토’ 등 모두 원어민들의 발음인데 어느 발음을 배워야 좋을까. 정답부터 소개하면 ‘리-얼터’가 가장 정확하다. 첫 글자 ‘리’를 매우 강하고 다소 길게 발성하면 ‘리-얼터’의 발음이 나온다. 그리고 발음을 real-a-tor로 표기하는 이유는 ‘리얼-러터’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직업을 강조하기 위해서는 -tor 부분을 세게 강조해,‘리-얼터’로 해야 한다.
이런 현상은 음성학에서 말하는 음위전환(metathesis)의 예다. 정석 발음 대신 습관으로 인해 굳어진 쓰임이 표준으로 인식되는 경우를 의미한다. Ask를 ax로 잘못 발성하거나, nuclear는 ‘뉴클리어’가 맞는데 ‘누클러’처럼 발성하는 것이 음위전환이다. realtor의 경우 ‘리~얼터’가 맞는데 ‘리-얼러터’처럼 발음하면 문제가 생긴다. February는 ‘페브루-어리’인데 ‘페브루에리’로 하는 것도 그렇고 ‘jewelry’의 발음은 ‘주-얼리’인데 ‘주엘러리’처럼 발음하는 것도 잘못된 현상이다. 이와 비슷하게 library는 ‘라이브레리’인데 ‘라이베리’, vehicle을 ‘비-이클’ 대신 ‘비-히클’로 하는 것, 모두 잘못이다. Realtor는 ‘리-얼-터’인데 ‘리얼러토’식 발성을 하면 혀 짧은 소리로 우둔하게 들린다. 따라서 real-a-tor, real-uh-ter, real-i-tar처럼 중간에 모음을 삽입하는 것은 잘못이고 real-ter처럼 2음절 발성 ‘리-얼터’로 해야 옳다. 원어민도 헷갈려 하는 발음을 외국인으로서 또박또박 발성하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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