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우연히 알게 된 부부가 있다. 어제는 그들의 집에 저녁 초대를 받았다.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부부는 공원 벤치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고, 옆에는 꽁지라는 작은 강아지가 있었다. 나 역시 주인에게 학대 받는 개를 데리고 산책하다 그들의 옆 벤치에 앉았다. 그들은 내가 데리고 있던 개가 몹시 심각한 상태임은 알아보고 왜 그런지 이유를 물었고, 그것이 우리 인연의 시작이었다. 그 여름 내내 그들 부부는 그처럼 평화롭게 저녁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다 몇 년 동안 만나지 못하던 그들과 우연히 다시 만났는데, 그 동안 우리 만남의 시작이 되었던 개들은 모두 죽고 없었다. 서재가 있는 그 부부의 집은 한 마디로 사람 사는 집 같았다. 이웃들이 드나들고, 밥을 같이 먹자며 친구를 초대하고, 무엇보다도 다양한 대화가 이어졌다. 집 앞에는 오가는 길고양이를 위해 놓은 밥그릇과 물그릇이 있었다. 식탁이 다 차려지자 언니뻘 되는 안주인이 잠깐 식사 기도를 하겠다며 내게 양해를 구했다. 나는 얼른 식탁 아래로 손을 모으고 눈을 감았다. 기도는 모두 나를 위한 것이었다. 나의 건강과 마음의 평화를 간구한 뒤 우리의 관계가 끝까지 좋게 유지될 수 있도록 서로 성숙하게 해달라는 기도가 이어졌다. 마지막에는 주신 음식에 대한 감사를 드렸다. 가슴에 와 닿는 기도는 짧고 뭉클했다. 그 옛날 내 어머니의 한결같던 기도처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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