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초재선 중심 거듭 압박
徐 “그런 말 마라” 손사래
차기 국회의장 염두에 둔 듯

당내 최다선인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이 오도 가도 못하는 처지다. 친박계 실세 최경환 의원이 전당대회 불출마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당내 이목은 온통 계파의 맏형 격인 서 의원에게 쏠리고 있지만, 차기 국회의장을 노려온 그로선 전대 출마는 매우 위험 부담이 큰 선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의 대표이자 친박계의 구심으로 박근혜 정부의 임기 후반기를 뒷받침할 인물이 필요한 친박계는 “출마 의사가 없다”는 서 의원을 거듭 압박하며 결단을 요구하고 있다.
조원진 등 친박계 의원 13명이 서 의원을 찾아가 출마를 권유한 하루 뒤인 6일 강석진 엄용수 윤상직 등 친박계 초선 3명도 본회의 직전 서 의원실을 찾아가 당 대표에 나서달라고 요청했다. 국회에서 만난 친박계의 한 재선 의원은 “설득할 수 있을 때까지 한 번 해보려고 한다”고 의지를 표했다.
최 의원도 이날 불출마 입장을 밝힌 기자회견 뒤 기자들을 만나 “당내 굉장한 반목과 대립이 있기 때문에 어른 같은 분이 나서 아울러야 한다는 의원들의 충정이 전달되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서 의원의 ‘대타 기용’을 에둘러 피력하기도 했다. 이주영 이정현 등 친박 후보가 있지만 서 의원의 ‘맏형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3선의 한 친박계 의원은 “줄곧 강력한 카리스마 리더십이 발휘된 당에서 온건형이나 관리형 리더십으론 당 화합이나 정권재창출은 어렵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서 의원은 친박계 현역 의원들뿐 아니라 자신의 주변에서도 전대 출마의 필요성을 제기하자 “그런 말 말라”고 손사래 쳤다고 한다. 지난달 말 서 의원의 자문그룹 회동에서 같은 제언이 나왔을 때도 서 의원이 나무라듯 타일렀다는 후문이다. 총선 참패를 불러온 당시 지도부로서 출마의 명분이 약한 데다, 당 대표로 당선이 되든 되지 않든 하반기 국회의장 자리도 장담하기 어렵게 된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읽힌다. 국회의장은 원내1당에서 배출하는 것으로 여야가 합의한 만큼 무소속 의원들의 복당으로 원내1당이 된 새누리당에선 최다선(8선)인 서 의원이 후반기 의장으로 유력하다. 또 이번 당 대표는 내년 19대 대선과 내후년 지방선거를 지휘하는 막중한 역할로 이 부분도 서 의원이 고민을 거듭하는 이유로 꼽힌다.
친박계는 서 의원의 출마를 읍소하지만 비박계는 반대다. 이날 이종구 의원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총선) 참패를 가져온 분들은 자숙해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비박계 한 3선 의원은 “추대하면 모를까 서 의원이 다시 전대에 나서 험한 길을 가겠느냐”고 했다. 서상현 기자 lss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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