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모두 책임을 지겠습니다.”
일선 경찰관들은 피의자가 조사 과정에서 이렇게 말하면 앞으로 공범을 감추려는 허위자백의 전형적 유형으로 보고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
경찰청은 최근 피의자 신문 과정을 체계화하고 현장 수사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피의자 신문조서 작성기법’ 매뉴얼을 마련, 전국 경찰관서에 배포했다고 6일 밝혔다.
매뉴얼은 증거인멸 및 재범 우려 등을 유추해 구속 사유에 해당되는지 가려낼 수 있도록 피의자 진술을 분석하는 방법에 초점을 맞췄다. 가령 피의자가 단독 범행을 유독 강조하는 진술은 거짓말일 가능성이 높아 공범 인멸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확대해야 한다고 돼 있다.
“누구인지 알 수 있다면 한번 따져 묻고 싶습니다. 저한테 무슨 억하 심정이 있어서…”처럼 피의자가 사건 제보자에게 원망과 분노를 표출하는 답변 역시 증거인멸 가능성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 또 피의자가 “앞으로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며 생계를 걱정하면 재범 가능성이 높은 쪽으로 분류해야 한다.
이와 반대로 “솔직히 이쪽 업계 사람들이 다 이렇게 한다고 보셔도 된다”는 진술은 피의자의 반성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유형으로 판단하도록 돼 있다. 이런 진술은 피의자가 범행을 뉘우치고 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밖에 매뉴얼에서는 피의자 조사 시 주관적 가치판단을 최대한 배제하고 두 가지 이상의 복합질문을 최소화해 혐의를 명확히 뒷받침하는 방법 등을 소개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 신문조서 작성의 중요성이 항상 강조돼 왔지만 이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지침이 없어 현장 수사관들의 어려움이 컸다”며 “앞으로 좀 더 일관된 피의자 조사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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