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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월간 4000발…태극마크 기적을 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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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월간 4000발…태극마크 기적을 쏘다

입력
2016.07.06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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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양궁의 맏언니 장혜진이 지난 5일 태릉 선수촌에서 활시위를 당기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여자 양궁의 맏언니 장혜진이 지난 5일 태릉 선수촌에서 활시위를 당기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올림픽 금메달보다 어렵다는 한국 양궁 대표 선발전. 장장 7개월 간의 평가전 마지막 날이었던 지난 4월19일 대전시 유성의 LH연수원은 눈물바다를 이뤘다. 선발된 이도, 떨어진 이도 모두 울었다.

여자 양궁 대표팀의 맏언니가 된 장혜진(29ㆍLH)은 아직도 그날을 잊지 못한다. 장혜진은 최종 합계11점을 기록, 단 1점 차로 강채영(20ㆍ경희대)을 제치고 최미선(20ㆍ광주여대), 기보배(28ㆍ광주광역시청)에 이어 3위로 리우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장혜진은 4년 전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며 강채영에게 다가가 위로를 건넸다. 2012 런던 올림픽 최종 선발전 당시 장혜진은 4위에 그쳐 3명이 나가는 올림픽에 가지 못했다.

장혜진은 본보와 통화에서 “런던올림픽 선발전에서 떨어졌기 때문에 이번 선발전은 어떤 시합보다도 간절했다”면서 “힘들었던 4년간의 준비 과정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모두가 안 될 거라고 했는데 기적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태극마크를 두고 경쟁했던 최미선은 세계랭킹 1위, 기보배는 2위, 강채영은 4위다. 장혜진은 7위다. 강채영은 서향순-김수녕(1988 서울)-조윤정(1992 바르셀로나)-김경욱(1996 애틀랜타)-윤미진(2000 시드니)-박성현(2004 아테네)-기보배(2012 런던 올림픽)로 이어져 온 한국 여자 ‘신궁’의 계보를 이을 유망주로 일찌감치 화제를 모았던 선수다.

반면 장혜진은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다. 스스로도 “나는 그만큼 실력이 없었다.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모를 정도”라고 겸손해했다. 장혜진은 초등학교 때부터 활을 잡았지만 런던 올림픽 선발전에서 고배를 든 뒤 의욕을 잃었다. 하지만 슬럼프는 오래가지 않았다.

첫 태극마크를 단 건 20대 중반인 2010년. 한국의 ‘신궁’들이 보통 20세를 전후로 스타덤에 오른 것을 감안하면 장혜진은 분명 ‘천재형’ 선수는 아니다. 장혜진이 이름을 알린 건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개인전 은메달과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걸고 나서다. 장혜진은 “양궁에 소질이 없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지만 그저 어려서부터 시작한 양궁이 좋았고, 대회 나가서 메달 따는 것도 즐거웠다”며 낙천적인 사고와 긍정적인 자세를 원동력으로 꼽았다.

눈에 띄는 미모에 늘 환한 미소를 잃지 않는 장혜진은 “2010년부터 실업팀에 들어가서 대표 선발전을 통과했다, 떨어졌다를 반복하면서 ‘나도 할 수 있겠구나’라는 자신감이 생겼다”면서 “그래서 4년 전에도 떨어졌지만 끝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다시 시작하자는 마음가짐으로 활을 잡았다”고 말했다.

태극마크를 달겠다는 일념으로 장혜진이 대표팀 선발 과정 7개월간 쏜 화살은 무려 4,000발, 점수를 확인하러 과녁을 오간 거리만 총 182㎞다. 지난해 9월 말 리우에서 열린 프레올림픽(테스트이벤트 대회)에 참가한 장혜진은 당시 후보 선수였다. 장혜진은 “올림픽 때 반드시 여기 다시 와서 활을 쏘겠다”고 다짐했다고 털어놓았다.

한국 양궁은 올림픽 때마다 2, 3개의 금메달을 획득해 효자종목 역할을 해 왔다. 1972년 뮌헨 올림픽에서 남녀 개인전이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뒤 1988 서울 올림픽에서 남녀 단체전까지 금메달이 4개로 늘었다. 서울 올림픽을 신호탄으로 올림픽 금메달 28개 중 18개, 64%의 금메달을 독식했다. 특히 여자 양궁은 1988 서울 올림픽 이후 단체전 8연패에 도전한다.

장혜진은 대표 선발 뒤 지난달 터키에서 열린 양궁월드컵 3차 대회를 마지막으로 실전을 마치고 태릉선수촌에서 금빛 담금질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다. 그는 “새벽 훈련이 있어 고되지만 이제 올림픽이 임박했다는 생각에 선수촌에 있는 것만으로 늘 긴장을 늦출 수 없다”고 말했다. 한 발 한발 쏠 때마다 극도의 집중력이 요구되는 양궁은 환경 변화에 예민한 종목이다. 지난 3일엔 고척 스카이돔에서 관중 소음 적응 훈련까지 마쳤다.

28일 브라질행 비행기에 오르는 장혜진은 “맏언니로 후배들을 이끌어가야 할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 (기)보배도, (최)미선이도 잘 따라주니까 좋은 성적을 내고 돌아오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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