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기 불안한데 니켈 음용수 기준 아예 없어
경기 용인시의 주부 목모(42)씨는 최근 코웨이 정수기 사건의 피해 당사자란 생각에 불쾌한 기분을 감출 수가 없다. 중금속 니켈이 섞인 물을 3년째 가족들과 함께 먹었을지 모른다는 점도 불안하지만 상식 밖의 회사측 행동에 더 화가 났다. 그는 “며칠 전 특별한 이유도 설명하지 않고 코웨이에서 정수기를 수리하고 갔는데 이제 보니 정수기 결함을 은근슬쩍 덮으려고 했던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국내 정수기 대여 1위 업체인 코웨이의 얼음정수기에서 니켈 성분이 검출된 가운데 국내 음용수 검사 항목엔 니켈이 아예 포함돼 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코웨이는 뒤늦게 문제가 된 제품을 전량 회수하겠다고 밝혔지만 소비자 분노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6일 정부와 정수기 업계에 따르면 니켈 성분은 국내 음용수 검사 항목에 기준치가 없다. 환경부 관계자는 “왜 니켈이 음용수 검사 항목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지 잘 모른다”며 “다만 2013년부터 니켈 성분에 대한 모니터링은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코웨이는 4일 “얼음을 만드는 제빙기의 ‘에바’라는 부품 일부가 떨어져 나가면서 니켈이 포함된 금속 부스러기도 얼음통에 떨어졌다”며 “자체 조사결과,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정한 허용치(0.5㎎/day)의 10% 수준 니켈이 검출돼 인체에는 해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코웨이는 지난해 7월 소비자 신고 접수를 통해 처음 문제를 인지한 후 해당 제품 사용 고객을 대상으로 ‘무상 업그레이드’라는 명목으로 부품을 교체하면서도 결함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문제가 된 정수기 부품도 관리 사각지대였다. 정수기 안전을 담당하는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감전, 화재 등 전기안전과 관련된 사항을 주로 검사하는 만큼 이번에 문제가 된 제빙기 부품(에바)의 도금이 벗겨지는 것까지 검사하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밝혔다. 정수기 품질인증을 담당하는 한국정수기공업협동조합 관계자도 “정수기 본래 목적인 정수 기능은 검사하지만 문제가 된 제빙기는 별도의 부가적인 기능이라 검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 4일 네이버에 개설된 ‘코웨이 중금속 얼음정수기 피해자 보상 촉구 카페’에는 사흘 간 2,600명이 넘게 가입했다.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협동과정 교수는 “충분히 이런 사고를 예견할 수 있었는데 불량품을 내놓았다는 점에서 용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수기는 관리가 생명이다. 이번 사건으로 정수기 물을 마시기 불안하다면 해당 정수기 회사에 수질검사를 신청하면 된다. 대여 정수기의 경우 2~4개월마다 업체에서 정기적으로 살균과 필터 교체 등 관리 서비스를 해준다. 업계 관계자는 “정수기 주변 환경이 중요하다”며 “습기가 많거나 청결하지 않은 곳에서는 사용을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필터를 정기적으로 교체하고 내부를 항상 깨끗한 상태로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소비자 성토가 이어지자 코웨이는 이날 판매 시기와 상관없이 문제가 된 얼음정수기 4개 모델의 제품을 전량 회수하고, 고객에게 대여료(약 538억원)를 환불해주겠다고 밝혔다. 또 고객이 추후 니켈로 인한 건강상 문제가 확인되면 이에 대한 책임도 지겠다고 덧붙였다. 박민식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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