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대 ‘17.3%’.
지난해 우리나라 2인 가구 이상의 소득증가율과 같은 기간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을 보유한 ‘한국형 부자’들의 금융자산 증가율이다. 지난해 경기 불황으로 서민들의 월평균 소득 증가율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내려갔지만, 부자들의 금융자산은 주식시장 상승, 부동산 경기 회복 등의 영향으로 크게 증가한 것이다. 부자 수도 1년 만에 약 3만명 늘었다.
6일 KB금융경영연구소가 발표한 ‘2016 한국 부자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을 가진 개인은 21만1,000명(상위 0.41%)으로 집계됐다. 이들 부자가 보유하고 있는 금융자산은 약 476조원(1인당 평균 22억6,000만원)으로 추정됐다. 전체 국민의 상위 0.41%가 가계 총 금융자산의 15.3%를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 5년간 경기 불황으로 가구당 월평균 소득 증가율(2011년 5.8%→2015년 1.6%)은 꾸준히 하향 곡선을 그렸지만 부자 수와 이들의 금융자산은 매년 약 10%씩 증가했다. 특히 2011년 5,000명 수준이던 금융자산 200억원 이상의 ‘슈퍼리치’가 지난해 8,000명 수준으로 12.7% 급증, 최근 5년간 ‘슈퍼리치’의 증가세가 두드러진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 부자의 44.7%는 서울에 몰려 있었고, 서울 부자의 36.7%는 강남3구(강남ㆍ서초ㆍ송파)에 집중됐다.
KB금융경영연구소가 부자 400명을 상대로 설문 조사한 결과를 보면 총자산 규모가 클수록 부를 상속받은 대물림 부자가 많았다. 총자산 100억원 이상 부자의 경우 40%가 부를 쌓은 1순위 방법으로 상속·증여를 꼽았다. 다만 부자의 73%는 “자녀 세대는 자수성가하기 힘들어졌다”고 응답했다. 부자 가구의 연 소득 평균은 2억6,000만원으로 일반 가구의 연 소득 평균(4,767만원)을 5배 이상 웃돌았고, 부자의 은퇴 후 월평균 생활비는 715만원으로 일반인 평균(226만원)의 3배를 넘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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