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차 리스비용 대납 의혹
검찰, 사실관계 확인 나서
수사대상 검사장 신분 고려
전례없이 검사장 직급 지명
검찰 최근 불미스러운 사건 잇달아
특임검사 카드로 정면돌파 시도
진경준(49)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의 ‘넥슨 주식 대박 의혹’이 특임검사에게 넘겨져 수사가 본격화하게 됐다. 김수남 검찰총장은 6일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며 이금로(51ㆍ연수원 20기) 인천지검장을 특임검사로 지명했다. 그간 공소시효가 지나 사법처리가 어렵다는 의견을 밝혀오던 검찰이 뒤늦게 특임검사 카드를 꺼내든 데다 특임검사의 직급이 전례 없는 고위직인 검사장 급이라 수사 향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새로운 단서 포착했나
진 검사장 의혹에 대한 특임검사 지명은 ‘왜 이제서야?’라는 의문을 먼저 불러일으킨다. 3월 공직자 재산공개를 통해 진 검사장이 120억원대 주식매매 차익을 올린 것에 의혹이 제기되고, 4월 12일 투기자본감시센터가 2005년 진 검사장이 사들인 주식이 사실상 뇌물이라며 검찰에 고발했음에도 검찰은 줄곧 징계시효와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던 검찰이 뒤늦게 특임검사 카드를 꺼내 들자 새로운 단서가 포착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진 검사장이 넥슨 주식을 매입한 시점은 2005년. 뇌물죄 공소시효(10년)가 이미 지났지만 만약 이후 넥슨 관련 수사 등에 편의를 봐준 사실이 확인된다면 수뢰 후 부정처사 혐의를 적용해 처벌이 가능하다. 진 검사장이 사건 관계인에게서 고급차량을 전달 받은 후 리스 비용을 대신 지불하게 했다는 의혹도 제기돼 검찰은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다.
반면 최근 검찰 구성원을 둘러싸고 불거진 불미스러운 사건이 잇따르자 검찰이 내놓은 고육지책이라는 시각도 있다. ‘정운호 게이트’에 연루된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가 지난달 구속되면서 선임계를 제출하지 않고 전화로 접촉하는 ‘몰래 변론’ 등이 도마에 올랐다. 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김홍영 서울남부지검 검사가 상급자로부터 폭언과 폭행을 당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수사에 대한 불신, 검찰 문화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자 특임검사 카드로 타개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역대 특임검사 사건 모두 구속
2010년 ‘스폰서 검사’ 논란을 계기로 검찰이 내놓은 개혁 방안인 특임검사는 과거 세 차례 시행됐을 때 모두 수사 대상이 된 검사를 구속시켰다. 2008년 건설업자로부터 그랜저 승용차 등 4,600여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고 후배 검사에게 사건 청탁을 한 정모 전 부장검사가 첫 적용사례다. 대법원은 그에게 징역 2년6월의 확정 판결을 내렸다. 이듬해 내연 관계 변호사의 사건을 동료 검사에게 청탁해주고 벤츠 승용차 등을 받은 ‘벤츠 여검사’ 사건도 특임검사의 몫이었다. 해당 검사는 1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 받았으나, 대법원은 ‘벤츠는 대가성 없는 사랑의 정표였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2012년 김광준 전 부장검사는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의 측근 등으로부터 10억원대 뇌물과 청탁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돼 징역 7년을 확정 받고 복역 중이다.
이 같은 전례를 보았을 때 진 검사장에 대해서도 고강도 수사가 예상된다. 특임검사로 현직 검사장을 지명한 것부터 예사롭지 않다. 수사 대상이 검사장 신분인 점을 고려해 한 기수 위 선배를 지명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 특임검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특임검사로 지명돼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신속하고 철저하게 진상을 규명하고 불법이 드러나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이 특임검사는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장, 대검 수사기획관, 서울중앙지검 2차장, 대검 기획조정부장 등을 지냈다. 특임검사는 수사와 공소유지 등과 관련해 전권을 갖게 되며 수사결과만 검찰총장에게 보고한다. 수사팀에는 최성환 특수3부장(수사팀장)을 비롯해 특수3부 소속 검사 3명, 앞서 이 사건을 수사해온 형사1부 검사 1명, 파견 검사 1명과 수사관 10여명이 투입됐다.
그러나 철저한 수사 의지를 비치며 특임검사를 임명했는데도 결과가 초라할 경우 더 큰 비판이 불어 닥칠 수 있다. 진 검사장이 주식을 사들인 자금 4억 2,500만원이 넥슨이 빌려준 돈이었고 진 검사장이 이에 대해 거짓 해명을 반복했다는 점 등이 이미 알려지기는 했지만 이러한 의혹만으로는 사법처리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새로운 단서가 확인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면죄부를 주는 수사에 그칠 수 있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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