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北, 오전 6시쯤 수문 개방”
긴급 대피방송 내보내며 대비
수공보다 홍수 조절용으로 판단
임진교 등 취약지역 8곳 통제
어민 등 1300명에 문자메시지
유실 北 목함지뢰 주의도 당부
“에~엥, 에~~엥”
북한의 황강댐 방류 소식이 알려진 6일 오후 1시30분. 경기 연천군 군남댐 주변에 요란한 사이렌이 울리더니 긴급 대피방송이 나왔다. ‘임진강 상류지역 수위가 급격히 높아지고 유속이 빨라졌다’는 한국수자원공사 임진강건설단의 경고 메시지였다.
군남댐 수문 13개 가운데 7개에서 폭포처럼 쏟아져 나오는 물을 지켜보던 주민 20,30명 사이에 일순간 긴장감이 감돌았다. 뉴스를 보고 고양시 일산에서 한걸음에 달려왔다는 임형운(75)씨는 “물이 갑자기 불어나면 댐 하나로 안전할지 걱정”이라고 했다. 황감댐 총저수량이 3억5,000만 톤인데 비해 군남댐은 7,160만 톤에 불과해 북한의 기습적인 수공(水攻)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임진강건설단은 군남댐이 임진강 수계에 48시간 동안 388㎜의 폭우가 내려도 대비할 수 있도록 설계돼 충분히 대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군남댐은 군사분계선과 10㎞ 떨어진 지점에 2010년 6월30일 완공돼 7월1일부터 가동을 시작했다.
군 당국은 일단 북한의 이번 황강댐 방류가 수공(水攻)의도라기 보다는 전날 내린 홍주 조절용 방류로 판단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의 방류에도 불구하고 황강댐에서 가까운 임진강 최전방 필승교의 수위가 별로 변하지 않았고 우리측 군남댐도 안전수위를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북한 목함지뢰 유실에 대한 우려는 남아 있다. 다른 군 관계자는 “장마 기간에 북한이 매설한 목함지뢰가 떠내려올 가능성이 크다”면서 “임진강 주변이나 한강하구, 교동도 인근 주민이나 피서객들은 특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진강변에서 어업을 한다는 임치현(65)씨는 “강에 설치해둔 그물이 휩쓸릴까 불안하다”며 “지뢰도 문제여서 당분간 쉬어야 할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군남댐을 관리하는 임진강건설단과 연천군, 경찰은 이날 오전 7시30분을 전후해 북한의 황강댐 방류 소식을 28사단 등으로부터 통보 받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군 당국은 오전 6시40분쯤 위성사진으로 황강댐 물길 폭이 80m에서 280m로 늘어난 것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은 오전 6시쯤 북한이 황강댐 수문을 개방한 것으로 봤다.
임진강건설단 등은 오전 8시25분쯤부터 임진강 주변 15곳에 대피방송을 내보내는 등 긴박하게 대응했다. 임진교, 북삼교 등 취약지역 8곳의 출입을 막았고 어민 등 1,300여명에게는 문자메시지를 보내 주의를 당부했다.
가슴 졸이던 상황은 이날 오후 4시30분을 넘어서면서 안정을 되찾았다. 북한이 1초에 500톤의 물을 황강댐에서 방류했을 경우 57㎞ 거리의 군남댐에 도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시간(9시간)이 지나서도 수위에 큰 변화가 없었기 때문이다. 최전방 남방한계선 횡산수위국(필승교) 수위는 오전 4시47분 2.27m로 정점을 찍었다가 1.82m로 낮아졌고 군남댐 수위도 오전과 비슷한 26.47m 수준을 유지했다.
김모(73ㆍ연천 전곡읍)씨는 “북한이 비가 온만큼만 수문을 열고 곧바로 닫은 것 같다”며 “의도적인 수공이 아니어서 다행이지만 매년 장마철만 되면 북한의 무단 방류에 마음 졸여야 해 화가 난다”고 말했다.
연천=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김광수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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