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배낭여행 시즌이다. 유럽 내 이동수단 중 저가항공은 비싸고 열차는 시간이 애매할 때, 시간과 돈 모두에 쪼들리는 배고픈 유럽 여행자들을 유혹하는 야릇한 선택지가 있다. 이름하여 야간버스. 성수기 베를린-암스테르담 구간의 경우 저가항공은 약 90유로, 열차는 60유로인 반면 야간버스는 30유로 정도의 파격적인 가격이다. 게다가 야간 이동으로 숙박비도 하루치 아낄 수 있을 거란 계산까지 서면 유혹을 거부하기 더욱 쉽지 않다.
하지만 선뜻 8시간 넘는 장시간 야간버스 여행을 결정하기는 쉽지 않다. 잘 몰라서 망설이는 사람들을 위해 유럽에서 총 9번, 꼬박 60시간 동안 야간버스를 타고 다녔던 경험을 소개한다. 한 푼이라도 더 아끼고 싶은 알뜰한 유럽 배낭여행자를 위한 안내서다.
예약방법
유럽 내에 영업중인 버스회사는 다양하다. 국내 여행자들에게 가장 유명한 영국의 메가버스(Megabus)부터 독일의 플릭스(Flix), 체코의 레지오제트(Regio Jet)와 각 국가 버스회사의 연합체인 유로라인(Euroline)까지 국가별로 유명한 버스회사가 여럿 있다. 영국, 베네룩스 지역, 독일, 체코-헝가리, 발트해 연안국 등 권역 별로 유명한 버스 회사가 다른 데다가 같은 지역 내에도 여러 버스 회사가 있기 때문에 통합검색 사이트를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유럽배낭여행자들 사이에서 잘 알려진 웹사이트 고유로(Go Euroㆍhttp://goeuro.com)는 이동구간을 검색하면 해당 일자 해당 구간의 비행기, 열차, 버스 최저요금과 소요시간을 계산해준다. 여러 버스회사의 출발 시간과 가격을 비교해 여행 일정에 가장 잘 맞는 시간을 고르면 된다. 다만 크로아티아, 리투아니아 등 일부 동유럽 국가의 경우 고유로에서 검색이 지원되지 않아 다른 통합검색 사이트를 이용해야 한다. 보통 겟바이버스(Get by busㆍ http://getbybus.com)를 많이 이용한다.
버스 안 편의시설
장거리 노선인 만큼 대부분 버스 내에 화장실이 있다. 비좁은 편이고 물탱크에 채운 물을 사용하는 특성상 목적지에 도착할 때쯤엔 세면대에 물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간혹 있다. 양치 전에 물이 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회사별로 버스 내 편의 시설은 다르지만 최근에는 버스 내에 전기 콘센트와 와이파이가 대체로 지원되는 편이다. 다만 여러 이유로 가동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니 너무 의존해선 안 된다.
독일 플릭스 등 몇몇 회사의 경우 객차에서 간단한 음료수와 간식을 판매하기도 한다. 이런 시설이 없는 경우 식음료를 살 수 있는 휴게소를 들르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노선은 정류장에만 잠깐 머무는 수준이니 탑승 전에 간단한 식음료를 챙기는 편이 낫다.
버스 여행의 필수품
1. 여권과 티켓
어느 곳을 가건 여권은 필수다. 쉥겐 조약을 맺은 국가를 이동할 땐 여권을 요구하는 경우가 잘 없지만 헝가리-체코 구간 등에선 휴게소에 도착할 때마다 경찰이 버스에 올라 여권을 요구한다. 만일을 대비해 여권 복사본을 두세 장 정도 챙겨 다니는 것도 방법이다. 유럽 각국이 이민 문제로 예민해진 요즘은 더욱 여권을 보여줄 일이 잦다.
티켓의 경우 e-티켓을 스마트폰 화면으로 보여줘도 되는 회사가 대부분이지만 간혹 인쇄된 종이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으니 회사 정책을 확인해야 한다. 인쇄 티켓을 요구하는 회사의 경우에도 예약자 이름을 말하면 대체로 태워주긴 하지만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뽑아가자.
2. 목베개와 담요
야간이니 사람 없는 빈 좌석에 누워서 갈 수 있을 거란 기대는 일찌감치 접는 게 좋다. 특히 성수기 여행이라면 더 그렇다. 출발할 때 옆자리에 사람이 없더라도 여러 정류장을 거치다 보면 버스가 꽉 차기 마련. 그러니 앉아서 자야 할 때를 대비해 목베개를 꼭 챙겨야 한다. 담요를 챙겨야 하는 건 말할 것도 없다. 겨울에는 물론이고 여름에도 에어컨을 세게 틀어 추운 경우가 많으니 꼭 담요를 챙겨가자.
3. 편한 옷과 슬리퍼, 간단한 세면도구
야간버스의 경우 버스에서 하룻밤을 보내야 하니 최대한 편안한 옷이 좋다. 별 생각 없이 청바지에 운동화를 신고 탔다가 밤새 스스로의 판단력을 저주하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간단한 세면도구와 함께 작은 가방에 들고 타자.
4. 보조배터리
안내와 달리 콘센트가 없거나 와이파이가 안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새벽에 목적지에 도착했는데 스마트폰이 꺼져 길을 몰라 당황하는 일이 없도록 보조배터리를 챙겨 비상시에 대비해야 한다.
버스 여행 전 명심해야 할 것들.
1. 버스가 싸지 않은 구간도 있다.
이동경로에 따라 열차ㆍ비행기가 더 싸고 빠른 구간도 있다. 이탈리아의 경우 국내선 버스 노선이 빈약해 열차로 이동해야 한다. 또 버스 노선이 많지 않은 작은 도시에서 이동할 경우에는 열차가 훨씬 싼 경우도 있으니 고유럽 등에서 검색해보고 이동수단을 결정하자.
2. 변수가 많다.
여행이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을 때 스트레스를 받는 타입이라면 버스 여행은 최악의 선택지가 될 수도 있다. 실제 본인도 9번의 버스 여행 중 3번이나 사건 사고를 겪었다. 교통상황에 따라 정시에 도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예약한 것과 다른 옵션의 버스가 오기도 한다. 동유럽의 일부 버스회사의 경우 예약자가 적으면 봉고차 같은 작은 승합차를 대신 보낸다. 그렇다고 차액이 환불되는 건 아니다. 교통사고도 변수다. 암스테르담-파리 이동 중에 브뤼셀에서 사고가 나서 계획에도 없던 브뤼셀 관광을 해야 했던 적도 있다. 약간의 변수에도 여행 내내 마음 졸이는 타입이라면 버스 여행은 피하라.
3. 도착지 버스터미널 위치를 미리 확인한다.
야간버스의 경우 터미널에서 숙소까지 가는 길과 방법을 미리 찾아둬야 한다. 인터넷 이용이 여의치 않을 때가 많기 때문이다. 야간버스는 보통 목적지에 오전 6~9시에 도착하는데 대부분의 유럽 가게들은 이 시간 거의 영업을 하지 않는다. 게다가 버스 터미널들은 대부분 중심 관광지와 약간 거리가 있으니 아무도 없는 황량한 터미널에서 공포에 떨고 싶지 않다면 야간버스 탑승 전 이동경로를 숙지해야 한다.
4. 짐 도난 사고에 신경 쓰자
열차보다는 덜하지만 버스 이동 시에도 캐리어 도난 사고가 종종 발생한다. 목적지 별로 짐을 따로 싣는 경우엔 괜찮은 편인데 모든 승객의 짐을 섞어 싣는 회사의 경우 다른 승객이 짐을 착각해서 가져가는 경우도 있다. 이름을 크게 쓰거나 큰 자물쇠를 다는 것이 좋다. 이따금 한번씩 정차 역에서 내려 짐을 확인하는 것도 방법이다.
5. 피곤하다.
버스로 유럽에서 60시간을 이동했다는 말을 할 때마다 “피곤하지 않았냐”는 질문을 받는다. 당연히 무지 피곤하다. 비행기 이코노미석 같은 좁고 불편한 좌석에서 밤을 보내야 하니 어깨부터 다리까지 안 쑤시는 곳이 없다. 숙면 시간이 부족해 관광지를 걸어 다닐 때도 잠이 쏟아진다. 다음 날 평상시 80% 정도의 힘 밖에 쓰지 못한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빠르려나. 피곤함을 버틸 기본 체력이 안 된다면 버스 여행은 피하는 것이 좋다.
김승현 인턴기자(이화여대 국어국문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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