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군ㆍ밀수조직 장악지대 뚫고
콜롬비아로 생필품 구입 원정
극심한 경제 위기에 허덕이고 있는 베네수엘라 국민들이 배고픔을 견디다 못해 국경선을 넘나들고 있다. 시민들이 콜롬비아 반군 및 밀수 조직들에게 장악된 위험 지대로 목숨을 건 탈출을 감행할 정도로 베네수엘라의 식량난이 고조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5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서부 도시 우레나 출신의 여성 500여명이 국경을 넘어 콜롬비아 북부의 쿠쿠타시(市)로 진입했다고 보도했다. 탈출을 시도한 한 여성은 콜롬비아 현지 언론에 “마을에 음식이 떨어졌고 아이들은 굶주리고 있어 국경을 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약 8㎞의 거리를 걸어서 쿠쿠타에 도착한 이들은 시장과 상점으로 몰려 가 화장지와 밀가루, 식용유, 옥수수 가루 등 식료품과 생필품을 산 다음 국가를 부르며 베네수엘라로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들의 ‘장보기’는 목숨을 건 여정이었다. 베네수엘라와 콜롬비아 간 국경은 베네수엘라 정부에 의해 지난해 8월부터 전면 차단된 상태다. 콜롬비아 북쪽 국경 도시는 사실상 무장 반군 세력과 밀수 조직들이 통제하고 있어, 이들 세력의 베네수엘라 유입을 우려한 정부가 차단 조치를 내린 것이다. 여성들은 국가방위군이 형성한 저지선을 뚫고 국경을 넘어 자국 내 가격보다 10배나 비싼 비용을 치르고 식품을 사들였다.
베네수엘라의 경제 위기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베네수엘라 국민들의 생존을 위한 탈출은 계속 될 전망이다. 수출의 95%를 석유에 의존하던 베네수엘라는 국제 유가 폭락과 정부의 외환통제 정책으로 경제 전체가 수렁에 빠져 있다. 지난 4월 전력량 부족으로 공공 분야 운영일수를 주 2일로 줄인 데 이어 5월에는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직권으로 국가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식료품 배급량이 급격히 줄어 국민 일곱 명 중 한 명은 하루 두 끼도 먹지 못하는 상황인 데다 지난해 기준 아동 영양실조 비율이 22.5%로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정원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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