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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몰라도… 한국축구 이기면 나도 기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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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몰라도… 한국축구 이기면 나도 기뻐”

입력
2016.07.06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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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스탄 대검 인사국장 한인 4세 오 알렉산드르 방한

오 알렉산드르 카자흐 대검 인권국장(검사장)이 5일 서울 용산구 소월로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카자흐스탄 사법체계를 소개하고 있다. 대검찰청 제공
오 알렉산드르 카자흐 대검 인권국장(검사장)이 5일 서울 용산구 소월로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카자흐스탄 사법체계를 소개하고 있다. 대검찰청 제공

“한국어는 전혀 할 줄 모르지만, 민족적 동질감은 가슴에 품고 있습니다. 한국 축구팀이 이기면 함께 기뻐하고 주변에서 축하도 받습니다.”

5일 서울 용산구 소월로 그랜드하얏트서울호텔에서 만난 오 알렉산드르(45) 카자흐스탄 대검찰청 인사국장(검사장급)은 고려인이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의 증조 부모는 19세기 한반도에서 러시아 극동지역으로 이주했고, 조부모가 1937년 스탈린의 강제이주정책으로 카자흐스탄으로 이동해 정착했다. 오 검사장은 이날 고려인으로는 처음으로 대검찰청 국제협력단(단장 권순철)이 개최하는 ‘한인검사 학술세미나’에 공식초청을 받아 카자흐스탄의 형사법 체계를 소개했다.

조상 땅을 떠나 4대째 살고 있는 그는 강제이주의 아픔을 딛고 카자흐스탄 검찰 내 서열 15위인 대검 인사국장에 올랐다. 오 검사장을 포함해 검사로 재직 중인 고려인은 25명이다.

오 검사장의 아버지는 35년간 변호사로 일했다. 처음에는 아버지처럼 법조계에 몸담고 싶지 않아서 공대로 진학했지만, 공대 졸업 후 검찰청 정보통신(IT) 직군에 근무하면서 검찰의 역할과 중요성을 알게 됐다고 한다. 그는 새로 법과대학에 진학해 검사시험을 치른 뒤 1997년 검사가 됐다.

카자흐스탄 검사는 우리나라보다 2배가량 많은 5,500여 명이다. 검사로 임용되려면 법학학사를 소지하고 3~6개월간 12과목의 법률과목 시험과 면접을 통과하고 체력장, 거짓말탐지기를 동원한 인성검사를 거쳐야 한다.

오 검사장의 한국 방문은 이번이 두 번째다. 한국과 카자흐스탄이 범죄인 인도조약을 체결하던 2003년 처음 방한했다. 그는 “이번에 한국에 오니 13년 전보다 건축과 도시환경이 훨씬 더 발달해 놀랐다”고 말했다.

우리말은 못하지만 한국과 외국의 축구경기를 볼 땐 늘 한국을 응원한다고 했다. 그는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한국이 좋은 성적을 냈을 때 자부심을 느꼈고 주변에서도 1년 내내 축하해줬다”며 웃었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그림 2 오 알렉산드르 카자흐스탄 대검 인권국장(검사장). 대검찰청 제공
그림 2 오 알렉산드르 카자흐스탄 대검 인권국장(검사장). 대검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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