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ㆍBrexit) 쇼크에서 벗어나는 듯 했던 글로벌 금융시장이 5일과 6일에 걸쳐 또다시 일제히 요동쳤다. 특별한 악재가 불거졌다기 보다는 여러 심상치 않아 보이는 징후에 투자심리가 일제히 공포로 쏠린 결과로 분석된다. 시장은 브렉시트의 충격이 단기에 끝나지 않을 거란 징조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6일 아시아 주요 증시는 줄줄이 하락세로 마감했다. 일본 닛케이지수는 장중 한때 3.2%까지 급락했다 전날보다 1.85% 하락한 1만5,378.99에 장을 마쳤다. 소폭 약세로 출발했던 코스피지수는 닛케이지수 하락 여파 등으로 갈수록 낙폭을 키워 전날보다 1.85% 떨어진 1,953.12까지 하락했고, 대만 가권지수도 1.61% 빠졌다.
이날 주가 하락은 투자자들의 위험자산 회피심리가 다시 강해졌기 때문이다. 브렉시트 결정 이후 영국 부동산시장 전망이 나빠지면서 투자자들의 환매 요구가 급증하자 지난 4~5일(현지시간) 사이 런던의 일부 부동산 펀드들이 환매중단 조치를 취한 것이 ‘펀드런’(펀드 대량 환매)에 대한 불안감을 부추겼다. 여기에 부실여신 비율이 17%에 달하는 이탈리아 은행들이 금융위기를 촉발할 거란 우려가 더해졌고, 최근 발표된 미국의 내구재주문, 중국의 제조업관리지수, 영국의 구매자관리지수 등이 모두 악화된 것도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중국의 위안화 가치(6일 고시환율 달러당 6.6857위안)가 5년8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런 영향으로 앞서 5일(현지시간) 마감한 유럽(독일 DAX -1.82%)과 미국(다우지수 -0.61%) 증시도 대부분 하락세를 보였다. 경기 둔화 우려에 국제유가도 5% 가까이 폭락했고, 영국 파운드화 가치는 31년만에 장중1.3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독일, 프랑스 증시는 6일에도 장중 1% 중반대 하락세를 보였다.
반대로 안전자산은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달러당 102엔대 부근에 머물던 일본 엔화 환율은 한때 100.63엔(한국시간 오전11시10분)까지 떨어지며 초강세(통화가치 상승)를 보였다. 채권가격도 강세를 보여 일본의 20년물 국채 금리는 사상 처음 마이너스로 떨어졌고 10년물 금리(-0.275%)는 사상 최저치를 또 갈아치웠다. 국제 금 가격도 전날 뉴욕시장에서 1.5% 오른 온스당 1,358.7달러로 2014년 3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영국의 부동산펀드 환매와 이탈리아 은행 부실 등이 브렉시트라는 정치적 위기를 경제적 불확실성으로 키우고 있다”며 “낙관론과 함께 빠르게 만회됐던 브렉시트 쇼크 이후 낙폭을 되돌리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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