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홍 하석주 이임생(1996) 김도훈 강철 김상식(2000) 유상철 정경호(2004) 김정우 김동진(2008) 정성룡 박주영 김창수(2012ㆍ이상 올림픽)
이운재 이영표 김영철(2002) 김동진 김두현 이천수(2006) 신광훈 김정우 박주영(2010) 김승규 박주호 김신욱(2014ㆍ이상 아시안게임)
역대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와일드카드(23세 초과) 명단이다. 국제축구연맹(FIFA)과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부터 남자 축구의 출전 연령을 23세 이하로 제한했다. 그러나 흥행에 실패하자 1996년 애틀랜타 대회부터 팀 별로 최대 3명까지 23세 초과 선수인 와일드카드를 허용했다. 아시안게임은 2002년부터 도입했다.
와일드카드는 ‘양날의 검’이다.
감독 입장에서는 나이에 구애 받지 않고 실력 있는 선수를 뽑을 수 있지만 어린 선수들과 잘 융화될지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와일드카드 선수가 받는 부담도 만만찮다. 와일드카드로 선발됐다는 건 실력과 리더십을 두루 갖췄다는 뜻이다. 과거 명단만 봐도 하나 같이 쟁쟁하다. 기대치가 높은 만큼 운동장 안팎에서 늘 주목 받을 수밖에 없다.
홍명보(47) 감독은 와일드카드의 중압감을 직접 경험했다.
홍 감독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와일드카드였다. 당시 주축 멤버는 이동국(37ㆍ전북), 고종수(38), 박지성(35) 등 면면이 화려했다. 여기에 홍 감독까지 가세해 역대 최강이라는 평을 들었다. 하지만 홍 감독은 대회 직전 종아리를 다쳤다. 사령탑 허정무(61) 프로축구연맹 부총재는 호전될 거란 희망을 갖고 홍 감독을 호주까지 데려갔지만 차도가 없었다. 결국 중도 귀국했고 강철(45) FC서울 코치가 대체 발탁됐다. 홍 감독은 “호주에서 그렇게 다리가 아팠는데 한국에 와서 푹 자고 일어나니 거짓말처럼 안 아팠다. 귀국 다음 날 아무렇지 않게 골프까지 쳤다”며 “와일드카드에 뽑히고 스트레스가 컸다. 마음의 병이 몸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 지 몸소 느꼈다”고 털어놨다. 홍 감독이 런던 올림픽 지휘봉을 잡은 뒤 “와일드카드도 18명 중 1명일 뿐이다. 그들이 모든 걸 해줄 거라 기대하지 않는다”고 부담을 줄여주려 한 것도 이런 이유다.
역대 와일드카드를 분석하면 박주영과 김동진, 김정우는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서 한 번씩 모두 두 번 뽑혔다. 포지션별로 보면 공격수 7명, 수비수 10명, 미드필더 5명, 골키퍼 3명이다. 미드필더 중 김두현(34)을 뺀 나머지는 수비형이다. 골키퍼까지 수비 범주에 포함하면 와일드카드의 70%가 수비 강화를 위해 선발됐음을 알 수 있다. 와일드카드를 3명 쓴 감독들은 2명을 수비, 1명을 공격에 할애했고 2명만 쓴 경우 반드시 수비 1명을 포함했다.
리우올림픽을 앞둔 신태용(46) 감독은 이전과 조금 다른 선택을 했다. 와일드카드로 공격수 손흥민(24ㆍ토트넘)과 석현준(25ㆍ포르투), 미드필더 장현수(25ㆍ광저우R&F)를 낙점했다. 물론 장현수는 중앙수비도 가능한 멀티 자원이다. 공격수를 1명 더 뽑을 수밖에 없었던 속사정도 있다. 원래 수비수 홍정호(27ㆍ아우크스부르크)를 염두에 뒀지만 소속 팀 반대로 무산돼 대신 석현준을 발탁했다.
신 감독은 끊임 없이 제기되는 수비 불안에 대한 우려를 잠재워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그는 5일 올림픽 D-30 미디어데이에서 “나는 우리 수비가 약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부족한 것이 있다면 대회를 통해 밝혀질 거다. 결과는 내가 책임지겠다. 지금은 우리 수비를 믿어 달라”고 호소했다. 신태용호의 공격수 권창훈(22ㆍ수원 삼성)은 이에 대해 “신 감독님이 기존 선수들을 더 믿어주시는 것 같다. (와일드카드 발탁의 의미는) 한 골 먹으면 두 골을 넣겠다는 의미 아니겠느냐”고 했다. 유일하게 와일드카드에 공격수 비중을 더 크게 둔 신 감독의 승부수가 과연 통할 것인가. 주사위는 던져졌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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