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미 카터, 빌 클린턴, 버락 오바마 등 미국 민주당 출신 대통령들이 이끈 정부에서 30여년 동안 권력의 핵심부를 두루 거친 진보진영의 대표 인사 애브너 조지프 미크바가 4일(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90세. 5일 미 시카고트리뷴 등에 따르면 전 백악관 법률 고문인 미크바가 시카고 러시 의과대학병원 호스피스 병동에서 투병 중인 방광암이 악화돼 사망했다.
1926년 미 위스콘신 주 밀워키에서 우크라이나 출신 유대계 가정에 태어난 미크바는 고교졸업 후 육군에 입대해 네바다 공군기지에서 2차 세계대전 종전까지 근무했다. 이후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학과 시카고대학 로스쿨을 졸업하고 30세의 나이로 민주당 일리노이 주 하원의원에 당선돼 정계에 입문했다. 1979년까지 연방하원의원을 6선 연임한 그는 곧 카터 전 대통령에 의해 워싱턴항소법원 판사에 임명됐고, 이후 항소법원장까지 지냈다. 클린턴 정부에선 1994년부터 백악관 법률 고문으로 일했고 1995년 정계 은퇴 후 시카고대학 등에서 교수로 재직해왔다.
이후 정계를 떠났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정치적 멘토로 백악관과 인연을 이어온 미크바는 오바마 정부로부터 2014년 ‘대통령 자유 훈장(Presidential Medal of Freedom)’을 수여했다. 수상 당시 시력을 거의 잃어 지팡이에 의지해 단상으로 나섰던 미크바는 “평생 동안 받은 그 어떤 영예보다 크다”라며 소감을 밝혔다.
미크바의 타계소식에 오바마 대통령은 곧바로 “가장 가까운 친구이며 멘토를 잃었다”라며 조의를 표했다. 그는 성명에서 “누구라도 경력 초기에 견고한 지지를 보내준 이를 잊을 수 없을 것”이라며 “고인은 나에게 로스쿨을 졸업한 후 공직에 나서라고 격려해 줬으며 나조차 모르고 있던 가능성을 믿어준 소중한 길잡이였다”고 밝혔다.
양홍주기자 yangh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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