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옥 이사장 기자간담회 발언 빈축
“무이자 대출 늘려야” 입장도 논란
정의당 “빚 악순환 청년 공분 살 만”
참여연대 “등록금 부담 완화가 먼저”
“상위계층 자녀 자립하란 뜻” 해명
“빚(채무)이 있어야 학생들이 파이팅을 한다”는 안양옥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의 발언이 빈축을 사고 있다. 빚의 악순환에 빠져 고통 받는 대학생들의 고통에 무신경했다는 것이다. “무이자 대출을 늘려야 한다”는 입장도 국가장학금 축소로 해석되면서 논란을 빚고 있다. 한국장학재단은 국가장학금 지급이나 학자금 대출을 지원하는 교육부 산하 준정부기관이다.
정의당은 6일 한창민 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내고 “안 이사장의 발언은 귀가 의심스러운 황당한 발언”이라며 “빚을 지면서 대학생활을 시작해 학교 다니면서 빚을 갚지만 졸업한 뒤에도 빚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악순환의 늪에 빠져 고통 받는 청년들의 공분을 살 만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은 국가장학금의 혜택을 어떻게 늘릴지 고민하고 실천하는 자리”라며 “대학 등록금 문제에 대한 정부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반값등록금국민본부와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도 전날 성명을 내어 “안 이사장의 발언은 청년과 대학생들의 부채로 인한 고통을 외면하는 무책임한 발언”이라며 “안 이사장은 한국장학재단 이사장 직을 수행하기에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또 “학생들이 학자금 대출 상환 부담 탓에 적성과 무관한 일자리에 다급하게 취직하는 것은 사회적으로도 손실”이라며 “국가장학금 확충과 등록금 액수 인하로 등록금 부담부터 줄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교육부에 따르면 2009년 이후 지난해까지 학자금 대출을 받은 학생은 327만명(누적 인원)에 육박하고 금액은 15조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작년까지 19만6,000여명의 청년들이 채무를 제대로 갚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며 소송까지 당한 채무자도 1만1,000여명에 달한다.
안 이사장은 지난 4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재단 운영 구상을 밝히면서 현재 소득분위 8분위까지의 학생을 대상으로 한 무이자 학자금 대출을 9, 10분위까지 확대해 무이자 대출을 늘리는 방안을 내놨다. 그는 부모 도움 없이 학생이 직접 학비를 마련하는 방법으로 무이자 대출을 거론하면서 “빚이 있어야 파이팅을 한다”고 말했다. 무이자 대출에 필요한 이자 재원은 일단 지방자치단체 협조를 얻는 방안을 제시한 뒤 지자체 간 재정자립도 차이에 따른 위화감을 줄이는 방편으로 국가장학금 예비비를 쓰는 쪽으로 정책 건의를 하겠다고 밝혔다.
안 이사장은 6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사회정신운동 차원에서 상위 소득계층 학생들도 학자금 대출을 받게 해 자립을 유도하고 출발선도 공평하게 만들자는 취지로 한 말이었다”고 해명했다. 또 “국가장학금 규모를 줄이겠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며 “외려 장학재단을 만들 여력이 없는 중견기업을 돕는 식으로 국가장학금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교대 체육교육과 교수 출신인 안 이사장은 국내 최대 교원 직능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을 6년 간 맡았다. 4월 총선 출마를 위해 교총 회장 직을 사퇴하고 새누리당 비례대표에 지원했다 탈락한 뒤, 한국장학재단 이사장 공모에 응해 5월 이사장에 취임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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