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6개 계열사가 참여
“원활한 사업 위한 자금조달” 불구
거액 투자해도 부실 해소 안돼
‘신동빈의 남자’ 김창권이 대표
비자금 조성에 핵심 역할한 인물
신회장 관여 땐 배임혐의 가능성
검찰이 롯데그룹 계열사들의 자산거래를 통한 배임ㆍ횡령 의혹을 수사 중인 가운데, 그룹의 부동산 투자ㆍ개발을 담당하는 롯데자산개발의 지난해 초 500억원대 유상증자 과정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수년째 적자행진으로 부채에 허덕이던 롯데자산개발에 계열사들이 수십억원씩 쏟아 부으며 증자에 참여한 배경에 의문이 제기된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2월 롯데자산개발은 500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주주배정 방식으로 이뤄진 증자에는 법인주주인 롯데그룹 계열사 6곳이 모두 참여했다. 39.14%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 롯데쇼핑이 가장 많은 195억7,100만원을, 2대 주주(지분율 20.53%)인 롯데케미칼은 102억6,500만원을 투자했다. 롯데칠성음료(14.15%, 70억7,300만원)와 롯데건설(11.81%, 59억400만원), 호텔롯데(7.19%, 35억9,300만원), 롯데제과(7.19%, 35억9,300만원)도 회사 자금을 쏟아부었다. 이들 중 4곳은 증자 참여 사실을 공시하면서 그 이유를 “롯데자산개발의 원활한 사업 시행을 위한 자금 조달” “당사 신규투자 확대를 통한 수익 창출” 등이라고 밝혔고, 호텔롯데와 롯데제과는 별도로 공시하지 않았다.
문제는 롯데자산개발이 수년째 극심한 재정난을 겪고 있었다는 점이다. 2012년 61억4,500만원이었던 당기순손실(연결재무제표 기준)은 이듬해 113억5,400만원, 2014년 199억9,900만원으로 급증했다. 영업손실도 ▦2012년 11억4,500만원 ▦2013년 16억8,900만원 ▦2014년 60억3,500만원으로 상승곡선을 그렸다. 부채비율(부채총계를 자본총계로 나눈 비율) 또한 2013년 165%에서 2014년 392%로 껑충 뛰었다. 증자가 이뤄진 지난해에도 영업이익만 15억2,000만원을 기록했을 뿐, 당기순손실은 142억9,900만원에 달했다. 부채비율도 391%로 거의 변화가 없었다. 재무상태로 볼 때 롯데자산개발은 한마디로 ‘부실 계열사’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롯데자산개발 대표가 바로 롯데그룹 오너 일가의 ‘금고지기’ 중 한 명인 김창권(58)씨라는 사실이 의미심장하다. 김씨는 신동빈(61) 롯데그룹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얻어 이른바 ‘신동빈의 남자’로 불린다. 지난달 10일 검찰이 롯데그룹 비리 의혹 수사에 착수하면서 김씨의 자택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한 것도 그가 신 회장 등의 비자금 조성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 정황을 포착했다는 뜻으로 해석되고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롯데 계열사들이 무려 500억원을 롯데자산개발에 쏟아 붓는 과정에 신 회장의 ‘지시’가 있었을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너의 결정 없이 이 정도의 거액 투자는 어렵다는 것이다. 이와 유사한 롯데피에스넷의 ‘부실 돌려막기성’ 360억원 유상증자에도 그룹 정책본부가 각 계열사들에 증자 참여를 지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부장 조재빈)는 아직 롯데자산개발 관련 의혹을 본격적으로 들여다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수사가 진행될 경우 신 회장의 관여 여부에 따라서 배임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이에 대해 “롯데자산개발이 공격적인 부동산 투자를 하는 과정에서 각 계열사들이 투자 결정을 한 것으로 안다”며 “관련 내용도 다 공시한 만큼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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