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특성 달라 맞춤 청약해야
서울 마천, 강남 출퇴근족 선호
고양삼송 등 3곳만 신혼부부 모집
내년초 결혼 예정인 직장인 박모(32)씨는 신혼집 마련 문제로 최근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직장이 있는 서울 송파구에 전셋집을 구하고 싶지만 이 일대 아파트 전세가는 전용면적 40㎡ 이하도 3억원대 중반이나 된다. 이마저 물량이 적어 월세를 낀 반전세가 대부분이다. 박씨는 “예산과 격차가 너무 커 걱정”이라며 “어차피 월세를 부담해야 한다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신혼부부에게 혜택이 있는 행복주택이 좋을 것 같아 올해 분양 물량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생을 비롯한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등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행복주택이 이달부터 하반기 입주자 모집에 들어갔다. 행복주택은 임대료가 주변 시세보다 최대 40%까지 저렴하고 입주자격만 유지되면 최대 10년간 거주할 수 있어 젊은층에게도 매력적인 공공임대주택이다. 정부는 지난달 28일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내년까지 행복주택 입주가구수를 당초 목표인 1만5,000가구에서 2만가구로 확대키로 해 관심은 더 커지고 있다.
행복주택은 애초 시범사업을 벌일 때만 해도 ‘기피시설’로 몰아부치던 주민들과 갈등을 빚기도 했지만, 지금은 서로 유치경쟁을 벌일 정도로 인기몰이 중이다. 기존 공공임대주택보다 높은 품질을 갖춘데다, 단지 안에 국공립 어린이집, 주민카페, 도서관 등 지역 주민들과 공유할 수 있는 편의시설이 동시에 구축되고 있어서다. 올해 상반기 첫 청약을 받은 1,638가구도 평균 14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다만 누구나 행복주택에 입주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일정 소득, 자산 등의 조건을 갖춘 대학생, 취업한 지 5년 미만인 직장인, 결혼 5년 미만의 신혼부부, 만 65세 이상 노인 등만 입주신청이 가능하다. 결혼 예정인 예비부부는 청첩장 등 증빙서류를 제시해야 한다. 계약은 2년 단위로 이뤄지지만 자격조건만 유지되면 6~10년간 거주할 수 있다. 임대료 상승폭도 5%(2년 단위)로 제한돼 있다.
이달 14~18일 사이 입주자를 모집(당첨자 발표는 9월20일)하는 행복주택 단지는 5곳, 1,901가구 규모다. 모두 교통이 편리하고 청년층 수요가 많은 곳이다. 서울 강남지역 출퇴근족이 선호할만한 서울 마천3지구(148가구, 전용면적 21ㆍ31㎡)와 포천시 신읍동에 들어서는 행복주택(18가구, 전용 15ㆍ18ㆍ20㎡) 단지를 제외한 3곳에서만 신혼부부 계층을 모집한다. 신혼부부 평형은 방이 2개로 구성되는 등 전용면적을 36㎡ 이상 확보해야 한다.
이 중 가장 많은 신혼부부(236가구)를 뽑는 고양 삼송(경기 고양시 덕양구 원흥동 498-11번지)에는 인근 주민들도 이용 가능한 국공립 어린이집과 어린이도서관을 갖춘 ‘육아종합지원센터’가 들어선다. 전용면적은 21ㆍ26ㆍ36㎡로 구성돼 있으며 신혼부부 공급분은 전용 36㎡, 236가구다. 임대료는 월 9만4,000원(보증금 7,500만원)~35만7,000원(904만원)으로 책정돼 있다.
경기 화성동탄2(608가구)와 충북 충주첨단산단(295가구)은 산업단지 인근에 위치해 신혼부부뿐 아니라 산단근로자 공급 분이 마련돼 있다. 화성동탄2는 전용면적이 16ㆍ21ㆍ31ㆍ44㎡로 다양하며, 임대료는 전용 16㎡에 산단근로자가 입주했을 경우 6만2,000원(2,816만원)∼15만2,000원(416만원)이다. 신혼부부가 신청할 수 있는 전용 44㎡는 9만8,000원(8,748만원)~40만3,000원(1,048만원) 수준이다.
90개 기업이 입주해 있는 충북 서충주신도시의 충주첨단산단 행복주택은 산업단지 인근에 부족한 주택 갈증을 해소할 전망이다. 임대료는 산단근로자이거나 신혼부부인 가구가 42㎡ 기준 6만3,000원(3,472만원)~18만3,000원(472만원)이다.
이번 모집 물량에 원하는 지역이 없다면 9월과 12월 모집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 9월에는 서울천왕2지구(319가구)를 비롯 성남단대(16가구), 대구테크노(1,022가구) 등 7곳에서 2,919가구를 모집한다. 12월에도 서울오류(890가구), 인천서창2(680가구) 등 8곳(3,936가구)에서 입주자를 찾는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내년까지 입주 예정인 2만가구가 단지마다 다양한 특징을 갖고 있다”며 “입지 조건뿐 아니라 단지마다 입주 조건 등이 다를 수 있으니 모집요강 등을 따져가며 조건에 맞는 단지를 찾기 바란다”고 말했다.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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