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해도 KT가 점유율 1위, 공정경쟁 저해한다니 말 안돼”
“케이블업계 자율구조조정 막아”
늑장 심사로 경영 악화 ‘벼랑끝’
CJ헬로비전은 5일 SK텔레콤과의 인수ㆍ합병을 불허한 공정거래위원회에 강하게 반발했다. 이번 공정위 심사 결과의 가장 큰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CJ헬로비전은 이날 A4 2장 분량(1,340자)의 자료를 내 공정위의 결정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CJ헬로비전은 “합병뿐 아니라 인수조차 불허한 이번 심사결과는 케이블TV 업계의 미래를 생각할 때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최악의 심사결과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CJ헬로비전은 이어 공정위의 결정으로 가입자 수가 계속 줄어들고 있는 케이블TV 업계의 자율적인 구조조정이 불가능해졌다고 주장했다. 또한 해운ㆍ조선 구조조정을 반면교사 삼아 산업 내 선제적ㆍ자율적 구조조정을 통해 더 큰 위기를 막아야 한다는 정부의 정책 기조와도 맞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공정위의 불허 이유인 ‘공정경쟁의 저해’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이 합병해도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이 25.8%(718만명)에 불과, 1위 사업자인 KT(29.4%ㆍ817만명)에 미치지 못하는 2위라는 게 CJ헬로비전 설명이다. 합병 불허로 KT의 독주 체제를 더욱 굳어지게 해 오히려 경쟁을 저해한다는 주장도 폈다.
CJ헬로비전이 이렇게 강하게 반발하는 이유는 생존의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공정위가 인수합병 심사를 시작한 지난해 12월 이후 CJ헬로비전의 경영실적은 거의 모든 부문에서 하락했다. 올해 1분기 매출은 2,78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9% 떨어졌고, 영업이익도 251억원으로 6.6% 뒷걸음쳤다. 케이블TV 가입자 수는 2014년 9월 416만명에서 올해 3월 409만명으로 줄었다.
공정위가 20일 열릴 예정인 전원회의에서도 불허 입장을 뒤집지 않는다면 CJ헬로비전은 공황 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다. 공정위가 권역별 방송 점유율을 문제 삼은 만큼 방송ㆍ통신업계에서는 케이블TV 1위 사업자인 CJ헬로비전을 인수ㆍ합병할 다른 후보도 없다. 업계에선 이미 SK텔레콤이 인수ㆍ합병을 준비하면서 경영 정보와 방송ㆍ통신 시스템 등을 전부 들여다 본 CJ헬로비전을 선뜻 손에 넣을 회사가 과연 있겠느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다시 CJ의 품으로 돌아가기도 쉽지 않다. CJ헬로비전 임직원 입장에서는 내쳐졌다 돌아가는 것이고, CJ는 매물로 내놨던 회사를 다시 끌어안는 것이어서 양측 모두 내키지 않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CJ헬로비전 관계자는 “인수합병이 필요한 이유를 공정위에 충분히 설명하고, 통하지 않으면 최종 판단을 내리는 미래창조과학부에 기대를 걸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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