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일본의 전투기가 지난달 중순 동중국해 영유권 분쟁지역 상공에서 일촉즉발의 대치 상황까지 갔던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최근 양국간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는 상황이어서 물리적 충돌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5일 양국 정부와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지난달 17일 동중국해 센카쿠(尖閣)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ㆍ釣魚島) 상공에서 중국군 수호이(SU)-30 전투기 2대와 일본 자위대의 F-15 전투기 2대가 수 차례 정면대치했다. 중국 전투기의 센카쿠열도 상공 진입에 일본이 전투기를 긴급발진시키면서 상황이 시작됐고, 양측이 한 때 공중전 직전에까지 이르렀다.
이와 관련, 양국 정부 모두 자국 전투기가 먼저 상대방을 위협하지 않았다며 책임을 전가했다. 일본 측은 중국군 전투기가 이전과 달리 양국이 사실상의 경계선으로 간주해온 지역을 넘어옴에 따라 F-15를 긴급출격시켜 경고했지만 SU-30이 공격을 위한 전술기동을 취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자국 전투기가 위험상황을 회피하려 적외선 전파교란탄을 발사한 뒤 해당 공역을 벗어났다고 설명했다.
반면 중국 국방부는 자국 전투기들이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ADIZ) 내에서 일상적인 순찰활동을 하는 상황에서 일본 전투기들이 고속으로 접근하며 도발해왔다고 반박했다. 중국 측은 일본 전투기들이 발사용 화기 관제 레이더를 쏘았고, 이에 자국 전투기가 전술기동 등의 조처를 취하자 일본기가 적외선 방해탄을 쏘며 도주했다고 강조했다.
양국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상대방 책임론을 주장했지만 공히 위기 상황이 벌어졌다는 사실 자체는 부인하지 않으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일촉즉발의 상황에 대해 중국은 2013년 일방적으로 선포했던 ADIZ 내 통상적인 순찰활동이라고 주장하고, 일본은 중국이 암묵적으로 지켜온 경계선을 어겼다고 맞서는 상황이다. 이는 경우에 따라 공중에서 양측간 물리적 충돌이 현실화할 수도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동중국해 영유권 분쟁의 파고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양정대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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