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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값 폭락에 안동ㆍ청송 농민들 시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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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값 폭락에 안동ㆍ청송 농민들 시름

입력
2016.07.0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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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생산에 수요감소 겹쳐

“사과 팔아주겠다”는 사기 기승

올해도 생산 과잉ㆍ폭락 우려

늙은 나무 벌목ㆍ하급품 시장격리 등 선제적 대책 마련 절실

안동사과.
안동사과.

과잉생산과 소비부진에 따른 사과 값이 약세를 면치 못하면서 경북 안동시, 청송군 등 사과 주산지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아직까지 2015년산 저장사과가 상당량 남은데다 “사과를 팔아주겠다”며 가져간 뒤 잠적하는 사기꾼에다 올해도 과잉생산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경북 북부지역 사과재배 농가들에 따르면 안동시 길안면과 녹전면 등 안동지역 사과 주산지 3,163 농가에서만 지난해 3,088㏊에서 7만 여 톤의 사과를 생산해 절반 이상을 저온창고에 저장했고 이 중 6월 말 현재 1,800톤 가량이 재고로 남아 있다. 예년 같으면 5월까지 대부분 소진되고 일부 제수용만 저장하던 것과 딴판이다.

청송군도 부남면과 부동면 등지의 3,145 농가가 2,976㏊에서 5만5,000톤을 생산해 6월말 현재 농가 재고분만 1,400여 톤에 달한다. 이 밖에도 전문 유통업자들이 보유한 물량까지 합하면 재고량은 훨씬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가격도 평년의 30%, 심한 경우 50%까지 낮은 선에서 형성되고 있다.

이는 지난해 사과 값이 약세를 보이면서 저장물량이 많았던 데다 올 들어서도 사과 값이 회복되지 않아 제때 출하하지 못한 때문으로 보인다. 각 지자체와 대형할인점 등에선 2월부터 대대적인 사과 팔아주기 행사를 벌였지만 역부족이다. 경기 침체로 과일 수요가 준 데다 외국산 과일이 범람, 좀처럼 소비가 늘지 않기 때문이다. 또 농협 등에서 수매하는 물량도 품질이 떨어진 하급품으로 제한, 최상품이 대부분인 저온창고 저장물량 소비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 같은 농민들의 어려움을 노린 사기꾼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경북 청송경찰서는 최근 과수농가 2곳을 대상으로 “높은 가격에 사과를 팔아주겠다”며 사과 1,300여 상자를 가져간 뒤 판매대금 6,500만원을 갚지 않고 잠적한 혐의로 유통업자 A(44)씨를 구속했다. 또 사과 구입용 자금 대출에 필요하다며 사과재배 농민 5명으로부터 1억3,000만 원을 받아 가로챈 유통업자도 구속됐다.

올 가을에도 사과 값은 약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에 따르면 올해 사과 재배면적은 지난해보다 2% 늘 것으로 보여 태풍 등의 피해가 없다면 평년보다 30% 이상 가격이 낮았던 지난해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 우려되고 있다. 특히 3, 4년 후부터 본격적으로 수확하게 되는 어린 나무 면적도 지난해보다 5%나 증가했다. 당분간 사과 값 약세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기상 상황에 따라 해마다 작황의 변화는 있겠지만, 이대로는 약세가 불가피한 만큼 생산성이 떨어지는 늙은 나무를 벌목하고, 일시적인 과잉생산으로 가격이 폭락하면 일정 물량을 시장에서 격리하는 등의 대책을 미리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재배기술의 발달로 어린 나무가 큰 나무가 되는 몇 년 후에는 ‘사과파동’도 우려된다.

안동시 김필상(53)유통지원 담당은“사과 재배 농가들의 어려움을 덜어 주기 위해 안동사과의 우수성을 홍보하고 대도시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판촉행사를 지속적으로 실시하는 등 소비촉진을 강화해 농가의 부담을 최대한 줄여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권정식기자kwonjs5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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