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 두부ㆍ햄버거 콩패티 등
환경과 먹거리 관심 기업들
경단녀 채용으로 일자리 창출
사회 공헌하는 주부 기업 늘어
사회적기업 ‘한글피움’의 이향숙 대표는 전형적인 ‘경력단절녀(경단녀)’였다. 대학 졸업 후 1년여간 미술관 큐레이터로 활동했던 그는 결혼과 육아로 7년간 현장을 떠나야 했다. 그러다 2007년 대학 평생교육원과 백화점 문화센터 등에서 손글씨(P.O.P)강사로 다시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이때 만난 주부 수강생들로 인해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이 대표는 “처음에는 ‘경단녀’ 수강생들에게 일자리를 소개해줬지만 업계 일거리가 워낙 단발성이라 2012년 수강생 2명과 함께 아예 한글디자인 개발 사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을 통해 1년여간 교육과 지원도 받았다. 높은 기술력이 필요한 한글디자인 아이템만으로는 ‘경단녀’ 채용에 한계가 있다고 느껴 일반 주부들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쥬얼리공예를 수익사업에 포함시키기도 했다. 그는 “한글피움 직원이 이젠 8명으로 늘어나는 등 ‘경단녀’를 위한 일자리 창출에 조금이나마 기여했다고 자부한다”고 밝혔다.
여성들의 고민과 관심도 사회적기업 창출로 이어지고 있다. 5일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에 따르면 전국 1,228개 사회적기업 중 여성이 대표로 재직하고 있는 기업은 411개(33.5%)로 집계됐다. 대부분 환경, 먹거리 등에 관심이 많은 ‘경단녀’ 주부가 주축이 돼 운영되는 기업이다.
이들 기업은 다양한 기관과 단체의 지원으로 애로사항을 헤쳐나가고 있다. KDB나눔재단은 지난해 한글피움에 시제품 생산용 레이저 커팅기를 지원했다. 2014년부터 우수 사회적기업 어워드를 개최하고 있는 사회적기업활성화 전국네트워크 역시 1,2회 시상식에서 각각 2개의 주부 사회적기업을 선정하는 등 여성들의 사회적기업 활동을 독려하고 있다.
시민단체가 나선 경우도 있다. 충북 청주의 사회적기업 ‘올리’가 대표적인 경우다. 먹거리 안전에 관심이 많던 청주 지역 주부들은 민들레워커스콜렉티브라는 자원봉사단체를 만들어 유기농 두부와 햄버거 콩패티 등을 지역 주민들에게 전달해왔다. 그러다 청주YWCA의 도움을 받아 2008년 사회적기업을 설립했다. 이들의 창업을 도운 이혜정 청주YWCA 사무총장은 “봉사활동 중 콩패티의 인기가 높은 것을 보고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청주YWCA가 올리버거 법인의 대주주가 되고 대표이사를 파견하는 방식으로 주부들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올리버거는 입소문을 타고 충주, 제천 등으로 매장을 확장했다.
경남 통영의 사회적기업 ‘민들레누비’는 통영YWCA가 이주 여성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설립했다. 강분애 민들레누비 대표는 “2006년 YWCA사무총장 재직 당시 한글학교를 운영했는데 이주 여성들이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는 이유로 자주 결석했다”며 “이주여성들에게 재봉기술을 가르쳐 2008년 누비생산 작업장을 차렸다”고 말했다. 민들레누비는 2013년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김영규 사회적기업진흥원 인증지원팀 과장은 “‘주부 사회적기업’은 사회문제를 같은 시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끼리 설립한 것인 만큼 수익창출보다 사회공헌과 사회문제 해결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며 “그 자체로 사회적기업 정신과 맥이 닿아 있어 향후 주부들의 사회적기업 설립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박주희 기자 jxp93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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