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금융공사(이하 주금공) 노사가 금융노조 산하 사업장 가운데 처음으로 성과연봉제 도입에 합의했다. 금융공공기관 외 공적 성격의 금융기관들에도 성과연봉제 관련 움직임이 빨라지는 분위기다.
주금공은 지난 1일 노조가 대의원회의를 거쳐 비간부직급에도 기본연봉의 인상률을 차등 적용하고, 성과연봉 차등 폭을 2배까지 확대하는 내용의 임금체계 개편에 합의했다고 5일 밝혔다. 주금공 관계자는 “김재천 사장이 일일이 직원들을 만나 설득하는 과정을 거쳤다”고 전했다.
금융노조 산하 지부 가운데 사측과 성과연봉제 도입에 합의한 것은 주금공 노조가 처음이다. 지난 4월 말 성과연봉제 도입에 합의한 예금보험공사 노조는 산별 노조에 속해 있지 않았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 4월부터 9개 금융공공기관에 성과연봉제 도입을 추진했지만 노조 등의 반대에 가로막히자 이사회 의결이란 우회로를 통해 5월 말까지 성과연봉제 도입을 완료했다. 하지만 이는 ‘성과연봉제 도입처럼 일부 근로자에게 불이익이 갈 수 있는 취업규칙 변경은 노사 합의가 있어야 한다’는 근로기준법 조항에 어긋난 것이란 지적이 높아지자 금융당국은 법적 분쟁 소지를 없애기 위해 각 기관에 사후적인 노사 합의를 주문했다. 주금공이 이런 ‘선 도입, 후 합의’의 첫 사례가 된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번 합의를 계기로 나머지 금융공공기관도 조만간 노사 합의를 하지 않겠냐”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반면 금융노조는 주금공의 이탈에 당혹해 하고 있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라며 “파장이 다른 사업장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 조정 결과에 따라 오는 19일 찬반투표를 거쳐 9월23일 총파업에 나설 예정이다.
금융 유관기관과 민간은행들도 성과연봉제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감독원 노사는 임금제도 개편 초안을 두고 최근 논의에 들어갔고, 한국은행도 사측이 제도개편 최종안을 조율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코스콤, 증권금융, 금융결제원 등도 제도 초안을 마련 중이다. 민간은행들은 은행연합회가 컨설팅업체에 용역을 준 성과연봉제 가이드라인이 나오는 이달 말부터 본격적으로 성과연봉제 도입을 검토할 예정이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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