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증가율 등 5개 지표서 우위
영업이익률 한국의 3배 달하고
자산 규모도 7년 만에 대역전
매출 상위 30대 기업 국한해도
격차 급격히 줄어드는 양상
중국 기업들이 수익성, 성장성, 자산규모 등 경쟁력을 평가하는 주요 지표에서 한국 기업들을 이미 추월한 것으로 드러났다. 매출 상위 30대 기업으로 범위를 좁히면 여전히 한국 기업의 경쟁력이 앞섰지만 그 격차도 갈수록 줄어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5일 한국경제연구원의 ‘한ㆍ중 양국 기업경쟁력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중국 전체 비금융 상장기업들은 영업이익률, 매출 증가율, 자산규모, 평균 특허 출원수, 해외 인수합병(M&A) 금액 등 5개 지표에서 한국 기업들을 앞섰다. 특히 수익성을 나타내는 영업이익률은 한국 기업이 평균 2.42%에 그친 반면 중국 기업들은 7.28%로 3배에 달했다. 2007년 조사 당시 3.01%였던 한국 기업들의 영업이익률은 7년 후 감소했지만 중국 기업들은 오히려 높아졌다. 기업의 성장성을 평가하는 매출액 증가율도 중국 기업(7.66%)이 한국 기업(3.39%)보다 2배 이상 높았다.
기업들의 평균 자산 규모 역시 중국이 15억704만달러(약 1조7,418억원)로 14억6,328만달러(약 1조6,912억원)인 한국을 앞섰다. 2007년 중국 기업의 평균 자산 규모는 6억3,992만달러로 한국(11억5,348만달러)의 55% 수준에 불과했지만 결국 7년만에 역전한 것이다.
연구개발(R&D) 분야 성과를 나타내는 매출액 대비 R&D 비중은 한국 기업이 4.11%로 2.66%인 중국 기업보다 높았다. 그러나 특허 출원수에선 중국 기업이 평균 107.28개로 한국기업(38.24개)보다 월등히 많았다. 이는 지적재산권과 기술 혁신을 중시하는 중국 기업들의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에선 정부 차원의 지원이 쉽지 않은 중소기업의 경우 대기업이 펀드를 조성해 투자한 뒤 실용화 단계에서 인수ㆍ합병하는 방식의 기술 혁신 등도 활발하다.
국제화 지표를 나타내는 기업들의 평균 해외 M&A 금액도 중국(700만달러)이 한국(228만달러)을 압도했다. 중국의 해외 M&A는 과거 국유기업을 앞세운 정부 주도로 이뤄졌지만, 최근에는 자금력이 높아진 중소 민영기업들이 정부의 ‘쩌우추취’(走出去ㆍ해외로 나간다는 뜻) 전략에 발맞춰 적극 뛰어들고 있다.
다만 매출액 상위 30대 상장기업만을 비교하면 한국이 연구개발 비중, 특허출원 수, 해외 매출 비중, 자산규모, 노동생산성 지표에서 중국보다 우위에 있었다. 그러나 그 격차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더구나 영업이익율과 매출 증가율은 전체 기업과 마찬가지로 중국 30대 기업이 한국 30대 기업보다 2배 이상 높았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산월 국민대 교수는 중국 기업의 성장 원인으로 ▦국유기업에 대한 정부의 재정 지원 ▦정부의 기업공개(IPO) 장려 정책 ▦정부와 대기업의 기술개발형 펀드 조성 ▦기술력ㆍ브랜드 흡수를 위한 해외 M&A 추진 ▦소비력이 향상된 중국 시장 등을 꼽았다. 김 교수는 “중국 기업의 추월에 대한 우리 정부와 기업의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며 “기업의 자금조달 여건을 개선하고 기술개발투자에 유리한 환경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manb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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